입력 : 2022.04.27 07:35 | 수정 : 2022.04.27 09:04
[땅집고]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정비사업과 관련해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는 중장기 국정 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공약 폐기를 시사했다가 하루 만에 공약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영향으로 1기 신도시의 대표주자격인 분당과 일산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선 이후 1기 신도시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자, 인수위가 선제 조치로 공약을 천천히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인수위가 또 “공약 유지”를 발표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신도시 재건축 공약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약만 믿고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영향으로 1기 신도시의 대표주자격인 분당과 일산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선 이후 1기 신도시 집값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자, 인수위가 선제 조치로 공약을 천천히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인수위가 또 “공약 유지”를 발표한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신도시 재건축 공약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약만 믿고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분당, 일시적으로 호가 하락 매물 우르르 쏟아져
26일 분당재건축연합회는 최근 인수위 발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종석 분당재건축연합회 회장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뛰는 부작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부분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정비가 더 시급하기 때문에 여야 후보 모두가 공약으로 내건 것으로 본다”며 “공약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아예 뒤엎는 듯한 발표를 했다가 또 하루 만에 다시 말을 바꾸는 등 정책 신뢰를 깨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분당, 일산 지역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거를 위한 공약이었다”, “대선 직후 호가를 올려 집을 판 사람만 승자가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분당구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주민들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재건축이 당장 될 거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인수위가 아예 공약을 뒤엎을 것처럼 발표했다가 다시 되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수위 발표에 집값도 출렁였다. 25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분당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 10여 개 단지에서 최근 한 달간 거래됐던 최고 가격보다 2000만~5000만원 정도 하락한 매물이 다수 올라왔다. 업계에선 대통령 당선인의 양도세 완화 정책이 나오면서 주택을 처분하려는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춰 급히 내놓은 것과도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고가에 거래되던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깨졌다는 평가다.
경기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35㎡는 지난 4월 초 7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25일 7억6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시범현대 129㎡는 올 3월 18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6일 17억8000만원에 매물 올라왔다. 효자촌대우 아파트 53㎡는 지난해 말 8억2500만원(10층)에 거래됐고 25일까지는 8억5000만원 수준에 호가가 형성됐는데 26일 같은 주택형 매물이 8억원에 올라왔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시장에선 다른 분석도 있다. 대선 이후 몇몇 매물이 고가에 거래됐는데, 거래량 자체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현동의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어제 오늘 다소 호가가 하락한 매물이 나오는 것은 맞다”며 “재건축 정책 영향도 있지만, 인수위에서 양도세 완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하면서 6월1일 전에 다주택 매물을 처분하려는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 ‘1기 신도시’ 예상보다 기대심리 높아…“섣부르게 투자 말아야”
그러나, 실제 상황을 꼼꼼히 따져보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은 넘어야할 산이 많다. 대선 기간 중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1기 신도시만 도시규제 완화, 안전진단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지만, 다른 지역은 놔두고 1기 신도시만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에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해 안전진단 제도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1기 신도시라는 이유로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해주는 것과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경감하는 혜택을 줄 경우 전국 각지에서 ‘불공정’ 논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서울만 하더라도 여의도와 목동, 이촌동 아파트는 지은지 40~50년이 됐지만,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당 옆 용인·수원은 물론 전국 대도시에서도 1기 신도시 조성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 재건축이 불가능한 중층 아파트가 수백만 가구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에 특혜를 줄 경우 전국의 아파트 단지에서 “왜 1기 신도시만 특혜를 주느냐. 우리도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1시 신도시 아파트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당장 정비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최소 20년은 걸릴 수 있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이 대선을 거치면서 사업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단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선 1기 신도시에 잘못 투자했다가 수십년 간 정비사업 문턱조차 밟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주택 시장 전반에 집값 상승 불씨를 키우는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대선을 통해 1기 신도시가 부동산 시장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는데, 애초에 윤 당선인 측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이 시장 몰리면서 기대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인수위원회, 또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하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 기대가 크기 때문에 정부 발표가 이어질 때마다 1기 신도시 집값은 꾸준히 요동칠 것”이라며 “다만, 서울에서 수십년 넘게 정비사업 추진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공약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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