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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제2의 강남 된대요"…시한부 상권 된 노가리골목

    입력 : 2022.04.26 11:23 | 수정 : 2022.04.26 12:38

    [2022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힙지로’ 을지로 노가리 골목, 개발 초읽기

    [땅집고]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기 직전인 22일 금요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역 노가리 골목. '불금'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박기람 기자

    [땅집고] “코로나19 터지고 나서 처음 왔어요. 인원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졌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맥주 한 잔 즐기려고 왔어요. 사실 맛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려고 온 거죠.”(30대 이 모 씨)

    [땅집고]29일 금요일 오후 노가리 골목. 퇴근 시간도 되기 전부터 인기 호프집 1층은 이미 자리가 거의 찬 모습이다./박기람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노가리 골목 일대. 퇴근시간도 되기 전부터 잔뜩 꾸민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골목 안으로 모여들었다. 노가리 골목의 유명 노포(老鋪)인 만선호프와 뮌헨호프 등은 이른 시간에도 1층 자리가 가득 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바로 직전인 지난 22일 저녁에도 ‘불금’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인해 노가리 골목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만선호프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길거리는 테이블로 가득차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영업시간·인원수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이른바 ‘힙(hip)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상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억눌렸던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것. 노가리 골목은 그야말로 ‘엔데믹 수혜’를 받고 있지만, 이 풍경이 몇 년 뒤면 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을지로 일대 개발을 예고하면서 노가리 골목도 개발 수순에 들어간다.

    [땅집고]을지로 3가역 일대의 건축자재 상점들./박기람 기자

    ■건축자재 시장 을지로 ‘힙지로’로 재탄생

    을지로 일대는 원래 건축자재 가게들이 몰려 있던 오래된 상권이다. 세운상가와 함께 각종 자재를 파는 가게들이 몰려있어 을지로 일대로 가면 우주선이든 항공모함이든 못 만들 것이 없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을지로 3가는 오래된 맛집도 많지만, 1980년 개업한 을지OB베어 등에 힘입어 ‘길거리 호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노가리 골목의 큰 형님 격인 을지OB베어는 지난 21일 철거됐지만, 후발주자로 들어선 만선호프, 뮌헨호프 등이 바통을 이어 노가리 골목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을지로는 2016년경부터 ‘힙지로’라는 SNS 상권으로 재편됐다. 젊은층의 입맛에 맞춘 세련된 감각의 카페와 바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권 중 한곳으로 자리잡게 됐다.

    [땅집고]을지로3가구역 정비계획 결정도. /서울시

    ■을지로3가구역·수표구역 개발 속도에 ‘시한부 상권’

    지금은 이렇게 힙한 상권이지만, 빠르면 5년 뒤부터는 노가리 골목을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주변 개발 사업이 조금씩 진척되자 노가리 골목 개발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노가리 골목의 메인 거리는 을지로 3가 구역과 공구거리인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수표구역) 경계에 있다.

    앞서 서울시는 2016년 을지로 3가 일대를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시는 을지로3가 구역 일대 근현대건축물 보존지구의 경우 기준 높이 70m 이하, 최고 높이 80m 이하로 결정했다. 이후 현재 제6·9·12지구 등에서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표구역은 지난해 9월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수표구역은 현재 정비계획이 결정됐으며, 실시계획 변경인가를 준비 중인 상태다. 을지로 3가 구역 내에서 노가리 골목이 맞닿아 있는 제10·11지구 등은 아직 별다른 개발 분위기가 없지만, 경계 지역인 수표구역에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이 일대의 호프집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땅집고]을지로 노가리 골목 초입에 문 닫은 건축자재 상점의 모습./박기람 기자

    을지로3가역 인근의 E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가 을지로 일대를 ‘제2의 강남’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개발업자들이 벌써 노가리 골목 일대 빌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며 “노가리 골목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업자는 최대한 매각 시기를 미루려고 하겠지만, 결국에는 오피스텔·상가 등 상업지구로 통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개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노가리 골목을 비롯한 을지로 일대의 노후한 환경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수표구역 개발이 실시되면 을지로 3가 구역과 경계지역에 있는 호프집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장사를 않기로 협의가 된 상황”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을지로 3가 구역 내에 호프집 일대가 몰려 있는 구역들도 자연스럽게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을지로 빌딩 매매 건수 3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

    을지로 일대가 대전환 분위기를 맞자 개발회사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눈치 빠르게 건물과 토지를 대거 사들이는 모양새다. 밸류맵에 따르면 을지로 1가·2가·3가, 수표동, 수하동 등 6개 동의 빌딩매매 건수는 2019년부터 크게 늘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는 20건 밑에 머물렀으나, 2019년 들어서면서 56건 거래되며 50건을 넘어선 것. 2020년은 21건으로 다시 주춤했으나, 작년에는 53건으로 늘어났다.

    [땅집고]지난해와 올해 거래된 을지로 일대 빌딩 매매건수./밸류맵

    전문가들은 레트로 상권이 없어지는 점은 아쉽지만, 도시계획적인 면으로 볼 때는 ‘노가리 골목’을 꼭 보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그다지 힘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주변 일대가 다 신축 빌딩으로 재편됐는데 노가리 골목만 남아있으면 흉물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노가리 골목 자체가 유행을 반영한 것이고, 유행은 늘 바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을지로의 경우 동이 작고 대형 건물이 많아 50건이 넘는다는 것은 엄청난 거래량이라고 볼 수 있다”며 “레트로 상권이 오래 유지되면 좋겠지만, 을지로 같은 대규모 업무상업 지구는 지대·임대료가 높아 고층화·대형화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신동석 원빌딩 본부장은 “개발 시기를 가늠할 수 없으나, 개발되기 전까지만 빨리빨리 장사에 나서는 임시 상권”이라면서 “개발 이후 강남 같은 고층 상업지구로 변하면서 노가리 골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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