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22 07:57 | 수정 : 2022.04.25 09:33
[땅집고] “우리집 아파트 공기업(HUG·주택도시보증공사)이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정부가 집주인입니다. 정부가 망할까봐 세입자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 내야 한다는게 말이 되나요. 더 황당한 것은 HUG가 실질적인 집주인인데, 보증보험료를 HUG에 냅니다. 황당하지요. 단지 전체로 보면 남은 임대기간 동안 5억원이나 됩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의 개정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집주인인 공공지원민간임대(뉴스테이) 단지에도 임대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현재 세입자들은 HUG에 보험료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임대보증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지불하지 않을 때 HUG가 보증금을 대신 지불하고 집주인에게 돈을 돌려받는 제도다. 보험료는 법적으로 뉴스테이 소유자(실질적으로 HUG)가 75% 부담하고, 입주민이 25%를 부담한다.
결과적으로 뉴스테이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집주인에게 보증보험을 들고 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 일부를 부담하는 세입자들도 “나라가 집주인인데, 나라가 망할까봐 보험을 드는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이 단지들은 HUG가 보험 갱신도 계약과 동시에 하지 못 하도록 지침을 내려 지방자치단체에 과태료까지 물고 있다.
21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지원민간임대 단지들은 3개월에 한 번 입주 전 보증보험가입을 통해 1억원가량 임대보증금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기존 입주민 대상으로는 1년에 한 번씩 보험을 갱신하고 공실이 발생한 후 새 입주자를 구해 이뤄진 신규 계약은 3개월 단위로 모아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원래는 계약이 갱신되는 가구마다 즉시 현행화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뉴스테이와 허그 모두 인력이 부족해 3개월 단위로 가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지원민간임대는 HUG 등 공공기관에서 70% 이상 출자해 지은 주택으로 최소 8년간 장기 임대 후 분양 전환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급됐거나 입주를 앞둔 공공지원민간임대는 68개 단지, 9만209가구다. 아직 입주가 진행되지 않은 10여개 단지를 빼면 HUG가 한 해 임대보증보험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금액만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단지들은 허그가 사실상 집주인인데도 집주인이 임대 보증금을 주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가입하는 보증보험을 수수료까지 내가면서 HUG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공공지원민간임대는 일반 민간임대주택과 다르게 임차인을 바로 구하고 보증보험을 즉시 갱신할 수 없도록 법적인 제약이 걸려있다는 것. 일반 민간임대주택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를 구해 계약하고 곧바로 보증보험에 가입한다. 그런데 HUG는 관리 편의를 위해 공공지원민간임대 단지의 보증보험 갱신을 3개월에 한번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약 이후 보험이 갱신되는 날까지 가입된 보험에 등록된 보증금 액수 등이 실제 계약과 다른 일이 발생하는 것.
공공지원민간임대 사업자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과태료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탄 공공지원민간임대 단지 관계자는 “보증보험 미가입이나 실제 계약 사실과 불일치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는 보증금의 5% 수준”이라면서 “가령 기존 보증금이 1억원이었다가 2억원으로 올라가는 계약이 맺어졌다고 하면 가구당 500만원, 10가구 기준 5000만원의 불필요한 과태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HUG도 현재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정부가 입법 과정에서 소위 ‘사고’를 친 것이어서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HUG 관계자는 “공공주택 특별법에서는 공공기관이 50% 이상 출자한 임대주택은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됐지만, 주택기금과 민간자본이 같이 투입된 ‘뉴스테이’는 (민간)법인임대사업자로 취급돼 보증의무가 부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 가구와 보증금액 변동으로 인해 과태료가 부과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보증내용을 변동된 내용에 맞게 갱신하는 ‘현행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정부에 (현행화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임대인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 기관이 출자한 임대주택은 신경을 못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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