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21 14:29 | 수정 : 2022.04.21 15:42
[땅집고] 서울시가 도심에 녹지공간을 확보해 고층 빌딩숲과 나무숲이 공존하는 ‘녹지생태도심’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도심에서 고밀·복합 개발과 녹지공간을 동시에 확보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21일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녹지는 전체 면적의 3.7%에 불과하다. 고궁을 포함해도 8.5%에 그쳐 미국 뉴욕 맨해튼(26.8%), 영국 센트럴 런던(14.6%) 등과 비교하면 녹지율이 낮다. 세계 대도시가 도심의 마천루와 풍부한 녹지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밑그림을 가지고 도심을 개발해온 반면, 서울은 도심에 녹지를 어떻게, 얼마나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마련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핵심은 건축물 높이(90m 이하)와 용적률(600% 이하) 등 기존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를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도심 녹지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4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녹지비율을 높이고 도심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주거시설을 비롯해 업무·상업·문화시설을 공급한다. 평일 퇴근 후 야간시간대와 주말이면 텅 비는 도심이 아니라, 정주인구를 유지하는 ‘직주근접 정주도시’를 실현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서울도심에서 가장 낙후해 변화가 시급한 ‘종묘~퇴계로 일대’ 44만㎡부터 재정비할 예정이다. 이후 동서로 종로1가부터 8가까지, 남북으로 율곡로에서 퇴계로까지 녹지를 확보한다.
먼저 서울 도심을 지역별 특성에 따라 3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 적합한 녹지 공간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첫 번째 ‘신규 정비구역’은 종묘~퇴계로, 동대문‧DDP 일대 등 아직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낙후‧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곳들로, 고밀‧복합 개발로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두 번째 ‘기시행 정비구역’은 광화문~시청 일대 같이 이미 재개발이 끝난 구역으로, 공개공지 재구조화나 벽면녹화, 입체녹화 등을 통해 녹지공간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특성관리구역’은 한옥밀집지역이나 인사동‧명동 같이 특성에 맞는 관리가 필요한 구역으로, 장소에 따라 녹지보행가로나 거점형 녹지쉼터 등을 조성한다.
세 개 구역 중 고밀‧복합개발과 대규모 녹지공간 확보가 가능한 ‘신규 정비구역’에 대해서는 ‘건축규제 완화’와 ‘녹지공간 확보’ 전략을 각각 마련하고, 민간 재개발을 집중 추진한다. 선도사업으로 ‘종묘~퇴계로 일대’ 44만㎡를 우선 재정비한다. 종묘~퇴계로 일대 선도사업은 지난 10년 간 재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방치됐던 구역들을 적정 규모 단위로 묶어서 개발하는 ‘통합형 정비방식’으로 추진한다.
현재 서울도심 기본계획에 따라 90m로 제한된 건축물 높이를 구역 여건을 고려해 재조정하고, 최고 높이도 공공기여와 연계해 완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600% 이하(도심부 일반상업지역 기준·도심부 외 800%)로 제한된 용적률도 시민을 위한 개방공간을 더 제공하는 경우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록별로 최소 1개 이상 공원을 조성하고, 공원과 공원을 녹지 보행로 등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총 171개 구역 중 일정기간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일몰시점이 지난 147개 구역을 20개 내외 정비구역으로 재조정한다. 이 구역도 추가적으로 통합해 구역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구역 간 통합도 허용한다.
종묘~퇴계로 일대 선도사업이 완성되면 ‘연트럴파크’(3만4200㎡) 4배가 넘는 약 14만㎡ 공원‧녹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 녹지축이 완성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까지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상위계획인 ‘서울도심 기본계획’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재정비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구역별 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랜 기간 개발이 정체된 서울 도심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향과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녹지생태도심’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보존과 규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원도심을 휴식과 여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해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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