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지산' 뜬다더니…'마피' 매물도 안 팔려" 투자자들 피눈물

    입력 : 2022.04.21 11:22

    [땅집고]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장일현 기자

    [땅집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47)씨. 지난해 지인에게 “소액 투자로 매월 수백만원씩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경기 김포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시작했다. 현금 1억원에 대출을 받아 지산 4개를 매입한 그는 6개월이 지난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씨는 “지산(지식산업센터)이 뜬다고 해서 샀는데 임차인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매달 생돈을 이자로 내고 있다”면서 “급매로 매물을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원래 매입한 가격보다 500만원 낮은 가격에 보유한 지산 중 2개를 매물로 내놨다.

    최근 주택시장과 달리 규제가 없어 대체 투자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며 불티나게 팔렸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잇따른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 여파로 일부 지역에서 공실이 늘고 분양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는 지산 가격이 평당 2000만~3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면서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리스크가 큰 지산 상품이 늘어나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규제 없어 뭉칫돈 몰려…평당 최고 3000만원 돌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 시장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처가 막혀버린 뭉칫돈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식산업센터로 몰리면서 지난 3~4년간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고 분양 시장도 호황을 맞았다.

    실제로 제조업과 IT(정보기술) 기업에 사무 공간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지식산업센터는 사업자등록만 증빙하면 개인·법인에 상관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 여러 채를 매입해도 LTV(담보대출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분양권 전매도 제한이 없다.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생각공장 데시앙플렉스' 건물 외관. 3.3㎡(1평)당 가격이 3000만원을 넘어 전국을 통틀어 가장 몸값이 비싼 지식산업센터로 유명하다./김지호 기자

    투자자가 몰리면서 서울지역 지식산업센터 시세는 최근 1~2년 초강세였다. 매매가격이 웬만한 아파트에 버금가는 평당 3000만원대를 기록한 단지가 속출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포휴’ 150㎡(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1월 13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평당 3026만원을 찍었다. 2020년 6월 평당167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반 사이 두 배쯤 뛰었다. 구로·영등포·가산디지털단지 등에 준공한 지식산업센터도 매매가격이 평당 2000만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디벨로퍼와 건설사들은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식으로 지식산업센터 공급을 대폭 늘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공급 과잉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입지에 따른 양극화 경향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0년 전국 481곳에 불과했던 지식산업센터는 2022년 3월 1333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018년 97곳 ▲2019년 130곳 ▲2020년 139곳 ▲2021~2022년 125곳 등 최근 4년 사이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욱 집과사람투자연구소 대표는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지산의 ‘분양 완판’이 계속되자 건설사들이 앞다퉈 지산 공급에 나섰다”며 “이제는 지산 신규 공급이 워낙 많아 자칫하면 공실을 떠안고 처분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조성된 한 지식산업센터. 공급 과잉으로 공실이 많은데 인근에 계속 지산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오종찬 기자

    ■공급 과잉에 공실 속출…일부 지역선 투매 현상

    공급이 넘치면서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식산업센터는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투자자들의 투매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GJ가좌타워 지식산업센터’는 올 초 평당 약 4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 거래가격인 평당 470만원에 비해 약 15% 떨어졌다.

    경기 화성 동탄과 하남시 등 신도시 인근 지식산업센터도 건물 절반 가량이 공실인 경우도 있다. 2018년부터 지식산업센터가 공급되기 시작한 동탄에서는 준공 이후에도 입주기업을 찾지 못해 빈 사무실이 많다. 하지만 ▲동탄SK레이크원, ▲동탄G타워, ▲동탄 트램프라자, ▲동탄역 헤리움 센트럴 등 신규 공급은 줄을 잇고 있다. 동탄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입지가 좋은 곳도 입주율이 70~80% 밖에 안된다”면서 “대중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은 절반 이상 비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지식산업센터는 대출을 최대한 받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가 급등하는 현 시점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성 동탄 모 지식산업센터 수익률은 대출금리(3~5%)보다 낮은 2~3%정도에 불과하다. 올해도 두 세차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이 금리보다 낮으면 투자 수요가 유입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지식산업센터 매매가는 치솟은 반면 공급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임대료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산은 프리미엄이나 매매차익보다 월세 수입을 기대하고 보유하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면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명확한 입지 분석없이 섣불리 매수에 나섰다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시점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

    ▶돈버는 부동산 실전 투자 전략을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증여편] [재개발편]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