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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싹 다 허경영 땅이잖아요"…양주 '하늘궁 왕국' 가보니

    입력 : 2022.04.11 07:17

    [발품 리포트] 허경영이 경기 양주시에 만든다는 ‘하늘궁 왕국’ 가보니…
    [땅집고]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겸 초종교하늘궁 대표가 경기 양주시 장흥면 덕현리 일대 하늘궁에서 트레이드마크인 발차기를 보여주고 있다. 허 후보는 이 발차기를 할 때 공중부양을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연 기자

    [땅집고] “허경영이 양주시 장흥면에 터 잡은 지는 꽤 됐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돌고개 산골짜기에 ‘하늘궁’을 지은 후 이 일대 부동산을 줄줄이 사들이면서 왕국을 만들고 있어요. 주중이고, 주말이고 지지자들이 엄청나게 찾아온다니까요.”

    지난 6일 찾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자동차를 타고 마을 입구에서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돌고개 쪽으로 15분 정도 올라가니, ‘세계 통일과 생사의 고통을 벗어나 백궁(白宮)으로 가는, 하늘궁 방문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왔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겸 종교단체 ‘초종교하늘궁’ 대표가 소유한 하늘궁 부지다. 허 대표는 이곳에 머물며 지지자 대상으로 각종 강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땅집고] 경기 양주시 장흥면 덕현리 일대 돌고개 인근으로 가면 '하늘궁 방문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하늘궁에 들어서면 한옥으로 지은 제3본관과 함께 각종 식당과 모텔을 개조한 허경영 소유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취재진이 하늘궁 일대에 들어서자, 빨간 모자를 쓴 경비원이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무슨 목적으로 왔느냐”며 물었다. 경비원 허락을 받아 하늘궁 경내를 둘러보는 과정에서 마주친 허 대표 지지자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널따란 잔디가 깔린 출입구 쪽 마당 뒤에 한옥으로 지은 ‘제3본관’이 하늘궁 핵심 건물이다. 허경영 대표에게 축복(?)을 받으러 온 지지자들이 제3본관에 모여 기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제3본관을 지상 5~6층짜리 건물 20여개가 둘러싸고 있었다. 당초 식당·모텔이던 건물을 허경영 대표가 매입한 뒤, 용도에 따라 건물 입구에 ‘하늘궁영성센터’, ‘허경영하늘궁직원숙소’, ‘하늘궁헬로우호텔’ 같은 간판을 붙여놨다. 그야말로 ‘하늘궁 왕국’이 따로 없었다.

    양주시 석현리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체감상 5년 전부터 허경영 대표가 돌고개 일대에 하늘궁을 세우고 인근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산골짜기라 평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토지와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데, 장사가 잘 안 돼 어려움을 겪거나 경매로 나온 식당과 모텔까지 전부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허경영 대표가 어떻게 이 일대 부동산 큰손이 될 수 있었던 걸까.

    [땅집고] 허경영 대표 재산은 올해 기준 264억원이다.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사업을 벌이며 모은 재산으로 하늘궁 조성을 위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이지은 기자

    허경영 대표는 지금까지 대통령과 서울시장 선거에 총 8회 출마했다. 1991년 서울 은평구 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올해 대선까지 32년 동안 꾸준히 출마했지만 한 번도 당선하지 못했다. 선거는 참패의 연속이었지만 재산은 쌓여가고 있다. 그가 2007년 대선에 출마할 때만 해도 재산 6억원을 신고했는데, 2021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당시 재산은 72억6224만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대선에선 264억원을 신고했다. 15년 만에 44배 증가했다.

    국가혁명당 관계자는 허경영 대표 자산이 급증한 이유로 막대한 강연 수입을 꼽았다. 초종교하늘궁이라는 종교 단체에서 이른바 ‘신인(神人)’으로 추앙받는 허경영 대표는 지지자 대상으로 강연 사업을 펼치며 강연료를 받는다. 지지자들은 강연료 외에도 현금성 기부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허경영 대표가 제공하는 종교 상품별 가격도 꽤 구체적이다. 기본 축복 행위는 100만원이며, 소위 ‘천국행 티켓’으로 불리는 백궁 명패는 하나에 300만원이다. 1억원 이상 기부한 지지자에게는 ‘대천사’ 호칭이 붙는다.

    [땅집고] 경기 양주시 장흥면 덕현리 일대 건물마다 '하늘궁' 간판이 붙어 있다. /이지은 기자

    지지자들이 낸 강연료와 기부금은 허경영 대표가 하늘궁 왕국을 확장하는데 쓰인다. 2016년까지만 해도 한 지지자가 보유하던 토지에 한옥식 목조건물인 하늘궁 본관을 지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방문객이 점점 늘자 본관을 증축했고, 2019년엔 허경영 대표 명의로 이 건물을 사들였다. 여기에 인근 모텔과 식당까지 추가로 사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헬로우호텔’(석현리 196-1)은 2018년 6억4150만원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파인힐모텔’은 2021년 9억원에 각각 매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그가 석현리 일대에 보유한 부동산만 11만3000㎡(3만5000평). 전·임야·도로 등을 모두 포함해 182억5098만원에 달한다. 허경영 대표는 앞으로도 석현리 일대에 부동산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매입한 건물은 허경영 대표 강연장, 유튜브 영상 촬영장, 지지자용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2021년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허경영 대표. /권승준 기자

    허경영의 ‘하늘궁 왕국’을 바라보는 인근 주민 시선은 어떨까. 계곡을 낀 식당에서 백숙을 파는 30대 B씨는 “그가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다고 해서 직접 피해를 입은 것은 없다”면서도 “마을 분위기를 흐리는 경향이 있어 마냥 곱게 볼 수만은 없다. 지난 대선 때 동네에 온통 선거 유세 포스터를 뿌리고 다니기도 했고, 사이비 종교 지지자들이 워낙 많아 무서워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했다. 석현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석현리 평지에선 상업용 건물 시세가 평당 300만원 정도인데, 하늘궁이 있는 돌고개 일대는 150만~200만원 정도”라며 “돌고개가 워낙 산골짜기라 부동산 수요가 한정돼 있는데, 허경영 대표가 공인중개사를 끼고 사들이고 있으니 토지나 건물을 매도하는 입장에선 이득”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초종교하늘궁이라는 종교단체의 실체는 논란이 되겠지만 허경영 대표가 부동산을 적법하게 매입하는 것까지 정부가 막을 명분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양주=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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