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08 04:14
[땅집고] “문화유적은 4대문(大門) 안에만 있는 것 아니었나요? 땅만 파면 유적이 나오네요.”
인수위원회가 재건축 규제완화에 의지를 보이면서 서울과 수도권 단지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문화유적 발견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부터 유적이 많이 발견되던 서울 4대문 뿐 아니라 성저십리(城底十里, 도성으로부터 4km 이내의 지역을 지칭하던 용어)와 한강 이남의 송파구, 강동구에서도 유적이 다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월부터 문화재정밀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2016년부터 진행한 지표조사결과 84개 지점 중 36개소에서 백제 한성기와 6세기 신라에 해당하는 문화층이 확인됐는데 지난해 말 전문가들의 참관조사 결과 정밀발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잠실진주 아파트처럼 건설공사를 하다가 문화유적이 발견되면 그 즉시 공사가 중단된다. 간단한 조사 후 바로 공사를 재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성과 희소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밀발굴이 진행된다. 이후에 문화재청에서 보존결정이 내려지면 완전 발굴 후 결정된 보존방안에 따라 이전보존, 원형보존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전보존은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유적을 옮기는 방식이고, 원형보존은 유적이 발굴된 그 자리에 유적을 복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문화재가 대규모로 발견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원래 조선의 수도가 있던 4대문 안에서 유적이 자주 발견됐는데 4대문 밖에서도 문화재가 다량으로 출토되고 있는 것. 이런 곳들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지하주차장을 만들려고 땅을 파다가 문화재를 발견하곤 한다. 초창기에 지어진 아파트나 전통부락에 지어진 단독·다가구 주택은 지하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유적층까지 땅을 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고학계에서는 서울 내 성저십리와 송파구, 강동구에서 문화유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전직 국립중앙박문관 학예사 K씨는 “도시외곽에 해당하는 성저십리는 조선시대 유력계층이 아닌 일반서민들의 거주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송파구와 강동구는 백제의 첫 도읍지로 관련 유적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있는 중요 지역 중 하나로 서울시에서도 지속적인 연구, 관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가 입수한 서울시 매장문화재분과 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성저십리와 송파구, 강동구 전체면적에서 유적이 있는 것의 거의 확실한 것으로 판명된 ‘시굴조사’지역의 비중은 ▲성저십리 12.7% ▲강동구 12.3% ▲송파구 7.1%로 확인된다. 땅 속에 옛 시대 당시 그대로 보존된 원지형이 확인돼 유적이 발굴될 가능성이 있는 곳인 ‘표본조사지역’도 ▲성저십리 63% ▲강동구 33.9% ▲송파구 42.6%다. 시굴조사지역과 표본조사지역의 면적을 다 합치면 6396만6380㎡로 국내에서 캠퍼스 면적이 가장 큰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의 15배에 달한다.
성저십리는 4대문 밖이긴 하지만 임금이 직접 관할하는 ‘직할시’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강북구·동대문구·마포구·서대문구·성동구·성북구·용산구·은평구·여의도 일대와 종로구·중구 일부, 광진구 일부, 중랑구 면목동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의 유물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생활상이나 이에 따른 유물로 높게 가치를 평가하면서 서울 도성 외곽지역 유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고고학계 A박사는 “예전 같으면 중요유물이 아니라 샘플 정도만 수거하고 공사를 속행했던 유적지도 최근에는 보존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백제유적이 다량으로 발굴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이미 올림픽 공원에서 몽촌토성이 발견됐고, 풍납동에서는 풍납토성이 발견돼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복원사업 부지에 포함된 삼표산업의 풍납동 레미콘공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간 끝에 공장부지 소유권이 송파구로 이전돼 철거를 진행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사업장에서 유적이 발견될까봐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조합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자금을 대출해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유적 발굴 동안 공사가 중단되면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적 발굴에 필요한 모든 비용도 건축주인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풍납토성의 경우 2009년부터 시작된 유물 보전·발굴 작업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고고학계 관계자는 “한성 백제와 그 이전 삼한시대는 유적이나 문헌이 다른 시대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해 발굴 자료가 관련 연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송파구와 강동구는 이미 각종 토성과 고분이 발견된 지역인 만큼 다른 곳에서도 언제든지 유적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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