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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1억이나 싸게 샀어요" 경매법정 몰리는 2030

    입력 : 2022.04.01 07:15 | 수정 : 2022.04.01 08:04

    [발품 리포트] “싼값에 내 집 마련하자” 경매로 몰려드는 2030세대
    [땅집고]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서울남부지방법원. /손희문 기자

    [땅집고] “여자 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인데, 신혼집을 고민하다가 부동산 경매를 알게 됐어요. 5개월 정도 꾸준히 입찰했는데 이번에 처음 낙찰받았습니다.”(34세 A씨, 경기도 하남시 거주)

    올 3월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남부지방법원. 오전 10시 본관 1층 경매법정에는 입찰 참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법정 입구 옆에 걸린 매각물건게시판. 매각기일부를 살펴보며 매각조건이 변경되었는지, 혹여 입찰하려는 물건이 취소나 변경되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법정에 설치한 PC를 이용해 매각물건을 검색하거나 입찰가 산정을 위해 입찰표와 펜을 손에 쥐고 고심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땅집고] 지난 3월29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1층 경매법정. /손희문 기자

    “8회 도전 만에 낙찰…화곡동 빌라 1억 싸게 매수”

    오전 11시 10분이 되자 입찰을 마감했다. 입찰자들이 법정 안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법정 내 좌석은 60여개가 전부였지만,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 개찰이 시작된 11시30분쯤엔 80여명이 법정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이날 법정에는 20~30대 청년 입찰자들이 잇따라 낙찰자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법정에서 만난 30대 남성 A씨는 “집값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를 찾았다. 8번 입찰 만에 드디어 낙찰받게 됐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내 집 마련 어려움을 느꼈다는 A씨. 그가 이날 낙찰받은 물건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보노하우스. 총 8명이 응찰한 이 물건은 이날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준공 8년 된 이 빌라는 감정가가 3억2100만원인데, A씨는 이보다 7600만원(약24%) 낮은 2억4544만원에 낙찰받았다. 현재 화곡동 일대 구축 빌라 시세와 비교하면 1억원 안팎 저렴하다. 같은 빌라 전세금 정도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땅집고] 지난 3월29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1층 경매법정. 입찰을 마친 응찰자들이개찰을 기다리고 있다. /손희문 기자

    8명이 응찰해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상가 물건을 낙찰받은 B씨는 20대였다.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를 공부한다는 B씨는 “경매로 내 집 마련을 이뤘지만 좀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투자용으로 상가와 토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 입찰하게 됐다”고 했다.

    B씨가 낙찰받은 물건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상가 건물과 딸려 있는 토지다. B씨는 감정가 18억2831만원짜리 물건을 20억3890만원에 낙찰받았다. 입찰결과 차순위 최고가매수신고인과의 금액 차이는 불과 390만원이었다. B씨는 “마지막까지 입찰가격을 고민했지만 (입찰가를) 조금 더 높여서 쓴 것이 적중했던 것 같다”며 “상가의 경우 주택처럼 규제가 많지 않다. 대출을 최대 9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입찰에 도전했다”고 했다.

    이날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친 42건 중 총 11건이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은 26%로 낮았지만 평균 낙찰가율은 99% 수준이었다. 경매 나온 물건 중 화곡동 빌라와 오피스텔을 제외한 다른 물건은 응찰자가 1~2명에 그쳤다. 다른 연립·다세대주택과 상가, 오피스텔은 응찰자를 찾지못해 유찰됐다.

    [땅집고] 서울남부지법 1층 경매법정 입구에 게시된 입찰물건표./손희문 기자

    ■낙찰률과 응찰자 상승세…“주택 실수요는 계속 증가”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지난해 9월 평균 107.6%까지 치솟았던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올해는 100%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응찰자 수와 낙찰률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올3월3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206건으로 이 중 629건(52.2%)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지난해 말 42.7%까지 떨어졌다가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의 아파트 경매 낙찰률(막대)과 낙찰가율(꺾은선)./지지옥션

    서울의 경우 3월(23일 기준)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57.1%로 전월 대비 7.1%포인트 급등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6.3%를 기록해 전월(97.3%) 대비 1%포인트 더 떨어졌다. 두 달 연속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9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최병욱 집과사람투자연구소 대표는 “낙찰가율만 두고본다면 최근 경매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하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경매의 뚜렷한 장점때문에 실거주 주택 매물은 계속해 인기가 높을 것”이라며 “응찰자수와 낙찰률이 올라가고 있는 통계치 역시 여전히 저가매수가 가능한 경매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했다.

    금리 인상 여파와 정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앞으로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추가적인 조정국면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경매 투자에 있어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최 대표는 “부동산 투자에 첫발을 내딛는 20~30대 초보 투자자라면 금리 인상과 집값 조정이 맞물린 시기일수록 거시 경제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조급하게 매수에 나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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