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31 13:30
[땅집고]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몰려 있는 주거 밀집지역 코 앞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다니…. 남양주시는 주민 안전 위협하는 건축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 “당초 복합문화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던 부지에 물류센터를 짓게 허락해준 ‘사기 행정’ 의정부시를 고발한다!”
최근 수도권 주거밀집지역 곳곳에서 물류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상거래가 발달하자 서울 접근성이 좋으면서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수도권 외곽에 물류센터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물류센터는 대형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화재 사고도 종종 일어나 지역 주민들은 일종의 혐오시설이나 위험시설로 인식해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교·아파트 코앞에 대형 물류센터라니…”
물류센터 신축을 두고 지자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경기 남양주시와 의정부시가 꼽힌다. 남양주시는 지난해 5월 한국자산신탁이 별내동 798 일대 2개 필지에 추진 중인 창고시설 건축 허가를 내줬다. 지하 2층~지상 7층, 높이 87m, 연면적 총 4만9106㎡로 착공 신고까지 마친 상태다.
이 소식을 접한 별내동 주민들은 ‘별내동 물류센터 저지 공동연대’를 만들어 시위와 집단민원으로 맞서고 있다. 허가는 단순한 창고시설로 받았지만, 설계도면상 하역장 등이 포함돼 ‘대형 물류센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파트 높이로 치면 30층 정도 되는데, 하루에 차량 1300대가 드나들 예정이다. 이 물류센터 부지로부터 직선 600m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고, 470m 거리에는 별내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다. 지난 1월 남양주시에 주민 1만2000여명 반대 서명을 모아 전달할 정도로 반대가 거센 상황이다.
의정부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레이트자산운용이 고산동 리듬시티 2만9000여㎡ 부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10만㎡ 규모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2023년 7월 준공 예정이며 주차대수는 525대다. 당초 이 부지는 의정부시가 ‘100년 먹거리 사업’을 달성한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스마트팜 등을 포함하는 복합문화단지 개발을 약속했던 땅이다. 하지만 사업이 무산되자 이 부지에 물류센터를 허가해 준 것이다. 이 물류센터 역시 ‘의정부고산수자인디에스티지’(2023년) 등 아파트로부터 불과 50m 거리며, 초등학교 부지까지도 200m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까워 주민들 반대가 심하다.
최근에는 양주시 옥정신도시와 덕정지구를 잇는 고암동 593-1일대에 들어서는 물류센터가 지난해 9월 건축허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과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사업자는 바로 옆 부지인 592-1 일대에도 물류센터를 신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는 혐오시설?…집값에도 악영향
물류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안전이다. 주거밀집지에 난 도로를 대형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면 소음·매연·분진이 발생하고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보고 있다. 어린 자녀가 등교하는 초등학교 주변 물류센터에 대해 주민 반대가 심하다.
물류센터로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다. 물류센터는 부동산 시장에서 혐오시설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진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물류시설이 인근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경기도 동남권을 중심으로’ 논문이 물류센터와 집값의 상관관계를 다뤄 주목된다.
연구진은 물류센터가 밀집한 경기 광주·용인·이천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물류시설 반경 1㎞ 안에 있는 아파트값이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류시설로부터 ▲250m내 아파트는 7.23% ▲500m내 5.16% ▲750m 내 5.45% ▲1000m 내 2.86% 각각 하락했다는 것. 반면 물류시설과 1.25㎞ 이상 떨어진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주거시설과 인접한 곳에 물류시설을 공급할 경우, 반발하는 주민들과 합리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주민들 주장은 이해하지만, 건축 허가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 2월 “주민들이 감사원에 남양주시의 물류센터 건축 허가에 대한 공익감사를 신청했는데, 감사 과정에서 오히려 적법한 허가를 왜 재검토하는지 추궁받기도 했다”고 했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건축허가 절차에는 하자가 없었으나,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스마트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기업 배후시설로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자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천현 별내동 물류센터 저지 공동연대 의장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해 주민들을 안심시켰는데, 올해 갑자기 취소는 안된다고 돌변했다”며 “오는 4월 남양주시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지자체, 물류센터 개발 회사, 주민 간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자체가 도의적으로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주고 해당 물류센터 부지를 매입한 개발회사 입장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물류센터가 들어선 뒤 발생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나 세수 증대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다만 물류업계는 앞으로 아무리 교통 여건이 우수해도 주거지역 주변에는 물류센터를 짓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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