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31 08:15
[땅집고] “불법 건축물로 사람 23명이나 죽여놓고선, 바로 옆 땅에 뻔뻔하게 카페를 차리고 돈을 번다니…”
최근 SNS(소셜미디어)에서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한 카페가 화제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7500원일 정도로 식음료값이 비싸긴 하지만, 매장이 1000평 이상으로 넓어 쾌적한 데다 동남아를 떠올리게 하는 야자수로 내부를 장식했다. 카페 자체가 ‘포토존’으로 소문 나면서 방문객들이 몰린다. 가족 단위 방문객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 카페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절대 방문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야자수 카페는 1999년 발생한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현장 바로 옆 부지에 들어섰다. 어린이 497명과 인솔교사 47명이 ‘놀이동산 씨랜드’에 수련회를 갔다가, 밤에 자던 중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사상자를 냈던 사건이다. 건물 전체가 불타는 바람에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을 합해 총 23명이 화재로 숨진 참사다. 사고 당시에는 전국민적인 분노가 일었고,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사고 원인은 당시 수련원 원장이던 박모씨가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한 것이 꼽혔다. 원래 수련원을 1층으로 지었는데, 이 위에 컨테이너 52개를 쌓아 2~3층 객실을 불법으로 만든 것. 증축한 객실을 목재나 스티로폼 등 인화성·유독성 물질로 감싼 데다가, 건물 내 화재경보기와 소화기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졌다. 박씨는 이 사건으로 업무상 과실치상·치사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복역 뒤 출소했다.
그런 박씨가 출소 후 ‘씨랜드 참사’ 바로 옆 부지에 야자수 카페를 차렸다. 현재 참사 현장은 화성시 소유 공터인데, 야자수 카페에서 근무하는 주차 요원들이 이 공터로 고객 주차를 유도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즉 박씨가 참사 현장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사실을 접한 유족들은 “정말 미친 거 같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여기 와서 그냥 그 땅을 밟고 있는 거 아니냐”, “진짜 용서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났고, 먹고 사는게 중요하다고 해도 참사 현장에서 좀 멀리 떨어진 데서 해야지, 양심이 너무 없다”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5월 화성시로부터 시 소유 부지를 주차장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한 시정 조치를 받았으나, 지금까지도 계속 사유지처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랜드 참사’를 불렀던 박씨가 참사 현장 바로 옆에 카페를 세우고 성업 중인 사실을 안 네티즌들 사이에선 불매 운동이 번지는 분위기다.
땅집고는 박씨에게 참사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장을 차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는지 등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 연락을 취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현재 카페가 운영하던 공식 SNS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박씨는 지난해 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자수 카페를 차린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사업 실패로 방황하던 중, 지인에게 야자수 몇 그루를 선물 받아 키웠는데 동네 아이들이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카페 창업을 위해 4년 동안 준비했으며, 자금은 15억원을 들였다고 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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