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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칠 정도로 다닥다닥…'용적률 500%'의 현실

    입력 : 2022.03.28 06:58

    [땅집고]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가 홍콩의 고층 아파트를 촬영한 작품 '밀도의 건축' #75(2006년작). /ARTFORUM

    [땅집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세권 재건축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는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용적률이 과연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만능키’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일부 단지 용적률을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일괄 적용한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콩이다. 홍콩 아파트는 속칭 ‘닭장 아파트’로 불릴 정도로 빽빽하다. 용적률이 500%가 아닌 1000% 넘는 경우도 많다.

    ■ 악명 높은 홍콩의 닭장 아파트

    홍콩의 고밀도 아파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독일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가 11년에 걸쳐 찍은 뒤 2006년 완성한 ‘밀도의 건축’(Architecture of Density)이라는 사진 작품이다.

    [땅집고]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가 홍콩의 고층 아파트를 촬영한 작품 '밀도의 건축' #119 (2009년작). /ARTFORUM

    홍콩 주거난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도시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아 협소한 주거 공간과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땅이 좁아 건물은 높게, 주거 면적은 작게 만든 것이다. 홍콩 당국이 작은 평수의 고층 아파트를 직접 지어 임대·분양했다.

    200스퀘어피트(18.58㎡, 5.62평)보다 작은 아파트를 일컫는 ‘나노 플랫’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나노 플랫은 2013~2017년 8배 늘어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는데 대부분 침실이나 화장실에 창문이 없거나 부엌이 분리되지 않았다.

    [땅집고]홍콩 토박이 청년 소닉 리(29)가 지난달 28일 홍콩의 한 아파트 침대 방에 앉아 있다. 이 방 크기는 6㎡(약 1.8평)로 어머니와 함께 쓴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8년 분양한 가장 작은 아파트는 11.42㎡(3.45평)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 속에서도 12.82~24.06㎡(3.87~7.27평)짜리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여전하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평당 최소 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홍콩 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홍콩 발전국은 지난 24일 앞으로 홍콩 신규 주택을 최소 7.9평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지나치게 작은 아파트는 삶의 질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탓이다.

    [땅집고]용적률 499%에 달하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에펨코리아

    ■한국에도 닭장 아파트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용적률 500%가 넘는 고밀도 아파트가 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동래3차SK뷰’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들은 홍콩 아파트를 연상케하는 닭장 아파트로 꼽힌다.

    [관련 동영상] 경악스러운 ‘용적률 960%’ 초고층 닭장 아파트 | 땅집고GO

    지난해 8월 입주한 2355가구 규모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용적률 499%, 건폐율 23%를 적용한 단지다. 10억원이 넘는 고가 신축 아파트인데 동과 동사이 거리가 너무 좁다는 지적이다. 동 간격이 좁아 일조·채광·통풍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터넷 빅데이터업체 호갱노노 게시판에는 “중층 정도는 그나마 적절한 일조량이 확보되지만 저층은 햇볕이 안 든다”는 입주민 평이 달렸다.

    [땅집고] 용적률 950%로 지어진 부산 동래구 '동래 3차 SK뷰'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999가구 규모로 작년 2월 준공한 부산 동래3차SK뷰는 용적률이 무려 949%에 달한다. 건폐율도 49%나 된다. 이 단지는 상업지역에 지은 주상복합 아파트라서 1000%까지 용적률을 적용한다. 입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예비 입주자를 향해 “지하철도 가깝고 상권이 좋지만, 동 라인을 잘 보고 골라야 한다. 동간 거리가 좁아 커튼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창문 활짝 열어 놓고 살면 사생활 보장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네티즌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어 숨 막히는 빽빽한 주거환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개 한마리 짖으면 전쟁나겠다” “단지가 너무 빽빽하고 붙어 있어 건물 안쪽은 해도 안 들어오고 너무 추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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