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22 07:54
[땅집고] “‘신촌그랑자이’ 입주민입니다. 입주 전에 건설사가 노고산 운운하며 숲세권이라고 홍보 많이 했는데, 막상 입주하고 나니 개방 안하더라구요. ”
지난 21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6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외관을 흰색·회색·검은색 등 3가지 색깔 위주로 단장한 ‘신촌그랑자이’가 보였다. 마포구 대흥동 대흥2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로 지하 3층~지상 23층, 18개동, 총 1248가구 규모 대단지다. 2020년 입주했는데, 지난해 11월 34평(전용 84㎡)이 20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강북권 최고가 단지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신촌그랑자이’가 입주한 후 지금까지 입주민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불만 한 가지가 있다. 단지가 높이 104m, 면적 3만2500여㎡ 규모인 노고산과 맞붙어있는데도 산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진입로가 막혀 있다는 것.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 시공사인 GS건설이 분양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촌그랑자이’가 숲세권 단지라 노고산 꼭대기에 있는 체육공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막상 입주한 뒤 노고산 쪽 진입로가 철문으로 굳게 가로막혀 있어 황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뭘까. 땅집고가 취재한 결과 노고산 전체가 서강대 소유 부지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노고산 곳곳에 서강대 총장 이름으로 “여기는 서강대학교 교지입니다. 교수와 학생들의 학문 연구와 쾌적한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팻말이 걸려 있기도 했다. 즉 애초에 ‘남의 땅’이어서 GS건설이 단지와 노고산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GS건설 관계자는 “단지가 노고산과 가까운 입지인 점을 들어 ‘숲세권’이라고 홍보한 것인데, 이를 산으로 통하는 별도 산책로가 생긴다고 잘못 해석한 입주민들이 생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GS건설이 아닌 대흥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행사인 아파트기 때문에 분양 홍보 문구를 정할 때도 조합이 모두 관여한다. GS건설이 마음대로 허위 홍보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입주자모집공고에도 노고산과 관련된 내용은 ‘산으로 인해 대지 레벨 차이가 있어 옹벽을 설치함’ 등 문구만 기재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신촌그랑자이 입주민들이 노고산에 아예 출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에서 10~15분 정도 걸어 서강대 정문이나 후문 쪽으로 들어선 다음, 교정을 가로질러 등산하는 방법으로 노고산 정상에 있는 체육공원까지 갈 수 있다. 하산할 때도 마찬가지로 교정을 가로질러 되돌아 나오면 된다. 단지에서 노고산을 직결하는 산책로는 없지만 우회 통로는 있는 셈이다.
땅집고 자문단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녹지공간 등 주변 시설이나 교통 개발호재를 들면서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단지 입주민들이 홍보 문구대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입주 후 실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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