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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땅 주면 효도한다더니…괘씸한 자손 혼쭐낼 방법

    입력 : 2022.03.20 08:36

    [땅집고] 올해 초 한 연예인이 할아버지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증여받았다가, 할아버지를 집에서 내쫓아 소송까지 벌어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조선DB

    [땅집고] 올해 96세인 신모씨. 경기 여주시에 보유한 자택에 살고 있었는데, 지난해 7월 손자인 유명 배우 A씨로부터 “두 달 안에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신모씨는 손자 A씨가 자신을 임종까지 돌봐주는 조건으로 집 두 채와 토지 2500평을 주기로 약속하는 소위 ‘효도 계약’을 맺었죠. 그런데 손자가 효도는커녕 할아버지를 내쫓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신모씨는 A씨가 부동산을 증여받은 뒤 연락이 두절되자 소송을 내기도 했는데요. 올 초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증여란 자기 재산을 아무런 대가나 보상 없이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한 번 증여했다가 증여 의사를 얼마든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증여 역시 엄연한 계약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인정됩니다. 증여 계약 이후 증여자 마음대로 증여 의사를 철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현행 민법은 증여가 재산을 아무런 대가나 보상 없이 넘겨주는 행위임을 고려해 몇 가지 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땅집고] 본인을 부양하는 조건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뒤에는 마음대로 증여 의사를 철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몇 가지 예외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먼저 증여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사유 없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서 신모씨가 손자 A씨에게 집 두 채와 토지 2500평을 주겠다고 계약서나 각서 없이 말로만 약속했다면 쉽게 그 약속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또 민법상 증여받은 사람(수증자)이 증여한 사람(증여자) 또는 증여한 사람의 배우자나 직계 혈족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증여한 사람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한 사람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증여 계약 후 증여자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증여로 인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은 경우에도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신모씨 사례에선 범죄행위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법정 해제의 경우, 그 원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거나 증여자가 이를 용서한 때에는 이를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증여가 서면 없이 말로만 이루어졌다는 이유 ▲증여받은 자가 증여한 자에게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이유 등으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증여가 이행된 부분에 대해 해제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모씨가 손자 A씨에게 이미 부동산 소유권을 증여 계약에 따라 이전했다면 A씨가 신모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신모씨가 부동산을 반환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신모씨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할 수도 있겠죠.

    [땅집고] 자녀 혹은 손자와 효도 계약을 맺을 때에는 부담부 증여 형식으로 계약서를 써두는 것이 확실하다. /조선DB

    신모씨가 겪은 불상사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담부 증여’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증여 시 수증자에게 일종의 조건을 걸어 증여자에 대한 채무를 부담하도록 약정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일종의 ‘효도 계약’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만약 신모씨가 손자 A씨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손자 A씨는 조부인 신모씨와 동거하면서 충실히 부양하고 매월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불이행하면 계약 해제 등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즉시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각서를 받아두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증여는 각서에 따른 부양의무를 손자 A씨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부담부 증여가 됩니다. A씨는 각서에 따른 부양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신모씨는 증여 계약을 해제하고 A씨에게 이전했던 부동산 소유권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2016년 비슷한 대법원 판례도 나왔습니다.

    다만 가족들끼리 계약서를 주고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요. 화목했던 부모 자식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효도가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서로 생각하는 부양의무의 정도가 다를 수 있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으면 서로 감정만 상해 계약서를 안 쓴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겠죠. 피치 못할 사정으로 ‘효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법률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이동훈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글=이동훈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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