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 작살내놓곤, 뭐?"…집주인 열 뻗칠 세입자 글

[땅집고] “문짝 작살내놓고 뭐가 저렇게 당당할까요? 반려동물 키우는 세입자는 집주인 입장에서 ‘기피대상 1순위’일 수밖에 없어요.”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세입자 A씨. 지난 2월 28일 온라인 애묘인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아…문짝새끼ㅠ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키우던 고양이가 화장실 문 시트지를 갈갈이 찢어놓은 사진을 첨부하며 “전셋집인데 왜 뜯어지고 난리냐. 왜 (화장실 문을) 고양이한테 뜯기게 만들었는지…”라며 “이런 문은 처음이다. 자가로 가야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글을 본 다른 애묘인들도 “화장실 문이 습기 때문에 약해졌는데 애들이 건드리니 더 쉽게 뜯어진듯하다”, “화장실 문을 저리 허술한 걸로 쓰다니, 집주인이 돈을 너무 아꼈다”라며 A씨의 속상한 마음에 동조하는 댓글을 썼다.

하지만 애묘인 커뮤니티 밖 의견은 사뭇 다르다. A씨 글을 캡처한 사진이 ‘집주인 오열’이라는 제목이 붙어 퍼지면서 화제다. 전셋집 화장실 문이 망가진 것은 고양이가 물어 뜯었기 때문인데, 화장실 문 구조나 집주인을 탓하는 듯한 애묘인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정말 억울한 건 집주인 아니냐”며 “반려동물 키우는 세입자를 싫어하는 집주인들이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특정 주제를 갖고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까닭에 이용자들이 딱히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고 글을 썼다기 보다 ‘넋두리’ 수준의 글과 댓글들을 남긴 것이라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A씨처럼 전월셋집에서 고양이나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키웠다가 집이 훼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짝 시트지가 찢어지거나 벽지가 훼손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에서 나는 냄새가 집 안에 배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세입자가 키우는 개나 고양이가 집을 훼손했다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 6조의 3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고 있다. ▲ 제1항 5호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9호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부동산 전문변호사들은 세입자의 반려동물이 집을 파손할 경우, 집주인이 계약갱신 거절이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집주인 입장에서 세입자를 들일 때 반려동물 관련 내용을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입자라면 집주인에게 반려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해당 내용을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으로 적어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이때 특약은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파손 가능성이 높은 문짝, 벽지, 바닥재 등에 대한 원상복구비도 미리 논의하면 추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A씨는 게시글이 온라인에 퍼지자 “집주인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입주 10년 된 아파트라 처음부터 문 시트지가 들떠있기도 했다”면서 “문이 MDF 합판이라 다시 습기를 먹으면 들뜰 것 같아, 그냥 쓰다가 나갈 때 당연히 원상복구 하려고 했다. 만약 원상복구 하지 않더라도 집주인이 전세금에서 깎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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