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02 11:04 | 수정 : 2022.03.02 11:34
국내 대표 디벨로퍼 회사인 피데스개발이 2022~2023년 주목해야 할 7대 공간 트렌드를 최근 발표했다. 피데스개발은 2009년부터 실수요자 설문 조사와 전문가 심층 면접을 통해 매년 한국 주거 공간에 대한 트렌드와 수요를 바탕으로 공간 개발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땅집고는 올해 발간된 7대 트렌드를 소개한다.
[2022년 7대 공간 트렌드] ③구심역(驛)의 법칙: 지하철 안 타는 사람도 역세권에 몰린다
[2022년 7대 공간 트렌드] ③구심역(驛)의 법칙: 지하철 안 타는 사람도 역세권에 몰린다
[땅집고] 올해 주목해야 할 공간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역세권’이다. 최근 대중교통 지향형 도시개발 방식이 활성화하면서 지하철과 기차역 등 역 주변이 변신하고 있다. 정부는 KTX(고속철도)를 비롯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SRT(수서발고속철도) 등 고속철도와 지하철 연장선 신설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역 주변은 공공주택과 상업·업무복합시설 등으로 고밀도 개발이 이뤄지며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입체공간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이 머물고, 즐기고, 소비하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도 탄생했다. 지하철역 내 1·2인용 소규모 업무공간인 ‘스테이션 부스’, ‘공유오피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역세권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역세권 개발의 대명사된 광명역…허허벌판에서 복합단지로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은 가학산과 서독산에 둘러싼 허허벌판이었다. 2004년 전철1호선과 KTX 광명역이 개통한 이후 약 10년 동안 역 외엔 이렇다 할 시설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광명역세권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인구 2만여 명을 수용하는 9000가구 규모 새 아파트가 입주를 마쳤다. 글로벌 가구점 이케아, 복합쇼핑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등 초대형 쇼핑시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광명역 일대는 역세권 개발 효과의 대명사라고 부를 만큼 환골탈태했다.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몰리면서 인근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막힌다. 광명역에는 2024년 신안산선, 2026년 월곶판교선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을 지나는 전철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아파트 값은 이미 전용 84㎡ 주택형이 15억원에 육박했다.
광명역 개발과 같은 역세권 사업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각종 공공개발 사업 후보지를 선정할 때 전철역 인근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8차 후보지의 경우 모두 전철역 주변 사업지였다. 대선 후보들 역시 역세권 주택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역세권 고밀 개발하고 그 이익을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 정비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250만 가구를 공급하면서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와 역세권 첫집 20만 가구를 포함시켰다.
■전철역 내 공유오피스 인기 치솟아
전철역 내부 공간도 다용도로 활용되는 추세다. 지하철역에 1·2인용 소규모 업무공간과 공유 오피스 등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 오피스 공급이 줄고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자, 전철역 내부 공간이 대안으로 떠오른 측면이 있다. 작년 4분기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평균 실질 임대료는 약 4.4%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3.3㎡당 10만400원으로 처음으로 10만원을 넘겼고, 강남권역 월평균 임대료는 3.3㎡당 11만3600원으로, 처음으로 11만원 선을 돌파했다.
공유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오픈한 ‘스플라운지’를 통상적인 오피스 빌딩이 아니라 지하철역에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스플라운지는 3개월간 6000여 명이 이용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업무지구가 아닌 노원구 주거밀집지인 7호선 마들역 스플라운지에 전체 이용자의 29.7%가 몰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내년 3월 경춘역 평내호평역에는 어린이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단은 수도권 전철역에 직장인을 위한 어린이집과 청년 창업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창업자에게 1인당 20∼30㎡ 규모 사무공간을 지원하고 사무집기도 제공한다.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은 “표를 사고 팔고 열차를 이용하는 공간으로만 인식돼 온 철도 역사를 보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구현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전무는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역세권에 만들어진 인프라를 즐기기 위해 더 자주 모일 것”이라며 “한 점으로 모이는 구심력처럼 역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성화하면서 역세권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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