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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좀…월세 없어요?" 성큼 다가온 전세의 종말

    입력 : 2022.02.25 11:48 | 수정 : 2022.02.25 13:22

    [전세시장 긴급진단] “찾는 사람이 없어요”…월세에 자리 내주는 전세
    [땅집고] 수도권 아파트 모습. / 조선DB

    [땅집고] “이미 시장에서는 반전세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계약 갱신 때 세입자는 2년 전 전세보증금의 상승분에 대해 전세금을 올리기 보다는 인상분은 월세로 내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금 1억원 당 월세 40만원으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도 통용되는 분위기 입니다.”(서초구 박미양 단지내바른공인중개사 대표)

    작년 말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올해 심각한 전세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올해가 돼 보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대출규제, 금리 인상에 계절적 수요까지 겹치며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 지역에서는 전세매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전세 금리가 올라가면서, 세입자 중에는 전세 대신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그 결과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는 물건이 넘치고 월세는 귀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임대차 시장에선 수요나 공급이 크게 늘거나 줄어든 상황은 아니다. 임대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4년 사이 전세 가격이 치솟았는데 대출이 막히고, 금리까지 오른 영향이 크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과거처럼 전세와 월세를 딱 나눠서, 임대차 시장을 분석해서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전세와 월세를 구분하기 보다는 통합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서울시 송파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진 아파트 매물 가격표./조선DB

    ■ 강남권은 이미 반전세 기준까지…”보증금 1억 당 월세 40만까지 오를 듯”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을 집계해 발표하는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총 3만1044건이다. 1년 전(2만2028건)에 비해 40.9%가 늘었다. 전세 매물은 늘었지만, 실제 전세 계약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거래량은 총 11만9802건이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19만1642건) 중 62.5%를 차지했다. 2020년 (68.9%)보다 비중이 줄어들었다. 반면 작년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량은 7만1840건으로, 처음으로 7만 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땅집고]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대표적인 학군지 대치동의 전세성지인 은마에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박기람 기자

    개별 단지로 볼 때 전세 매물이 크게 늘어난 단지로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꼽을 수 있다. 은마 전세 매물은 지난해 같은 시기 72건에서 올해 379건으로 무려 426.3%나 늘었다. 1979년8월 준공한 은마는 4424가구 대규모 노후 아파트 단지다. 은마는 우리나라 대표 학군 선호지역인 대치동에서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세 성지’로 불리던 곳이다. 허준 허준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2월이 비수기라 계절적 요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전세 거래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며 “임차인 대부분이 100% 전세보다는 반전세를 선호하면서 임대차 시장도 자연스럽게 월세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초구에서는 벌써 반전세가 임대 시장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잡아가면서 자체적으로 기준이 생기는 모습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4차 전세 매물은 이날 92건으로 113.9%,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는 122건으로 71.8% 늘었다. 잠원동의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찾는 수요자들이 반전세만 찾다보니 순수 전세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전세가 임대주택의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에는 새로운 기준이 생겨나고 있다. 박미양 대표는 “이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새로운 기준을 잡고 서로 가격대를 맞추고 있다”며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보증금 1억원 당 30만원 월세가 현재의 반전세 시세다. 그런데 시장에 반전세만 남으면 집주인들은 보증금 1억원 당 40만원까지 월세를 올리겠다는 의사도 강하다”고 말했다.

    [땅집고]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 /조선일보DB

    ■ ‘마·용·성-노·도·강’ 핵심 단지도 전세보단 월세가 인기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도 순수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마포구 대장 아파트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2014년9월 준공된 388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날 기준 전세 물건은 55개가, 월세 물건은 47개가 올라와 있다. 이보람 골든래미안부동산 대표는 “기존 전세 보증금에 월세를 더해서 반전세로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 강북의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이른바 ‘미미삼’으로 불리는 노원구 월계동 시영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는 약 40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다. 이 단지의 전세와 월세 매물은 각각 44개, 12개가 올라와 있다. 삼호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까지 3억원 중반에 전세계약이 됐는데 지금은 2억7000만원에도 안 나간다”며 “반면 월세는 59㎡ 기준으로 60만원에서 현재 8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미미삼은 재건축 앞두고 있어서 월세가 싼 편이었는데, 특히 작은 주택형, 저렴한 주택 위주로 월세 가격이 뛰었다”고 말했다.

    [땅집고]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산성역포레스티아'. /조선DB

    ■수도권도 비슷…지역별 입주물량에 따른 편차도

    수도권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전세 매물이 쌓이는 분위기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산성역포레스티아’의 경우 전년 대비 전세 매물이 157.1% 수준 오른 90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월세는 67건으로 더 적다. 이 단지는 2020년 7월 입주한 신축 단지로, 4089가구의 대단지다. 하복순 LG공인중개개사무소 대표는 “성남에서 20년 동안 부동산 했는데 지금처럼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은 처음 본다”며 “올해 성남 일대에 2000가구~5000가구 수준의 대단지 입주도 예정돼 있어 매물은 더 쌓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2018년 7월 입주한 2998가구 규모의 경기도 파주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은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으로 53건, 월세 12건이 올라온 상태다. 전용 84㎡ 기준 전세호가는 3억9000만원~5억원 수준이다. H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파주 운정신도시는 대부분 4년 미만 신축 단지라 아직 전세가 쌓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올해 8월 이후부터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선 오늘 7월쯤 전월세 시장의 분위기가 다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 3법이 오늘 7월 2년째를 맞게 되고, 이때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7월 전까지 매물이 쌓이면서 월세 가격이 조금씩 오르다가 7월 이후 전세 물량이 늘어나면 임대차 가격도 일부 하향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이지은·전현희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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