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2.24 11:26
[땅집고] “최근 묘지 때문에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철거 위기에 놓였었는데, 이번에는 고속도로도 묘지 피해가느라 설계를 바꿔야 한다네요?”
최근 ‘광주~강진고속도로’ 건설 사업 도중 무덤이 발견돼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도로는 광주광역시 서구 벽진동과 전남 강진군 작천면 현산리를 잇는 총 51.11㎞ 고속도로다. 총 사업비 1조4000억원 규모로, 그동안 교통 오지로 꼽혔던 전남 중남부 교통 편의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컸던 지역 숙원사업이다. 개통하면 광주에서 강진까지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30분으로 절반 이상 단축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 도로 총 7개 공구 중 5공구(전남 나주시 봉황면 일대)에서 묘지가 발굴되면서 해당 구간 공사가 ‘올스톱’됐다. 당초 2024년 완공 예정이었는데, 문화재청이 “고속도로가 묘지를 피해가도록 다시 설계하라”고 지시한 것. 설계 변경에 따른 개통 지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무덤이길래 고속도로 설계까지 바꾸게 된 걸까.
문화재청 조사 결과, 이 무덤은 5~6세기 지어진 ‘장고분(長鼓墳)’으로 확인됐다. 장고분이란 앞쪽에는 제사를 지내는 사각형 단을 쌓고, 뒤에는 시신을 두는 둥근 형태의 석실(돌방무덤)로 구성하는 고대 무덤이다.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인 장고와 비슷하다고 해서 장고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열쇠구멍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화재청이 이 무덤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마한문화 중심지였던 나주에서 처음 발견한 장고분이라 역사적 의미가 깊다는 것.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굴한 장고분 14기가 모두 영산강 유역에 있었는데, 최초로 내륙에서 발견됐다. 도굴 흔적도 없다. 시굴조사 과정에서 당시 제사를 지내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토기 파편이 여럿 나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18일 장고분이 나온 나주 봉황면 유곡리 일대 4176㎡ 전체를 현지 보존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했다.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과 맞먹는 면적이다.
문제는 이 무덤을 보존하려면 고속도로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당 구간 공사가 이미 40% 정도 진행됐는데, 문화재청 요구에 따라 도로를 유적에서 최장 73m 이격시키게 됐다. 유적을 빙 둘러가야 하기 때문에 전체 도로 선형은 최장 2.3㎞ 변경이 필요하다.
고속도로 설계가 바뀌면서 비용도 더 들게 됐다. 새 노선이 지나는 땅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140억원 정도 들여야 한다. 공사기간은 최장 2년 정도 연장될 예정이다. 완공일도 기존 2024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한국도로공사 강진광주건설사업단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문화재청 요구에 따라 최근 설계변경 발주를 진행했다. 아직 새 도로 노선이 나오지 않아 확답은 어렵지만 설계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인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장고분이 발견된 구간만 공사가 중단된 것이며 나머지 구간은 정상적으로 공사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무덤 때문에 광주~강진고속도로 설계가 변경돼 개통일이 늦춰졌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역사적 가치가 높다면 당연히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 “검단신도시에서도 ‘왕릉뷰’를 가린다는 이유로 아파트가 철거 위기에 놓였는데, 무덤을 피해가는 고속도로를 만드느라 수백억원을 더 들여야 한다니 손해가 너무 심한 것 같다”는 등 반응도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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