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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동의서 다 받았는데 갑자기?" 공공재개발 후보지 혼란

    입력 : 2022.02.15 11:27 | 수정 : 2022.02.15 14:08

    [땅집고]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강동구 천호A1-1 구역의 주택가.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재개발이 20년 넘게 미뤄지며 건물이 노후도가 매우 극심한 상태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겨우 동의율을 다 채워서 구청에 냈는데 사전기획부터 하고 오라며 받아주지도 않네요. 힘들게 받아 둔 동의서가 서랍에서 썩고 있는 겁니다. 갑자기 이렇게 서울시 마음대로 제도를 바꾸는 게 어딨나요?”(김석기 천호A1-1구역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가 공공재개발 후보지 대상으로 계획에 없던 사전기획 제도를 도입해 주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전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공공성 있는 계획이 되도록 서울시가 작년 말 추가한 절차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초기부터 단축시켜주겠다는 내용이어서 취지 자체는 좋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사전기획으로 공공재개발 전체 사업 기간은 최소 3년이 줄어든다. 여기에 통합심의까지 적용되면 통상 12년 이상 걸리는 재개발 사업 기간이 최대 7년~8년까지 단축된다.

    문제는 서울시가 사전기획 제도를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시행하는 바람에 주민 대부분은 사업이 갑자기 지연된 것으로 판단하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공공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이미 제출한 동의서를 회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은 일정이나 제도 변경에 매우 예민한데 서울시가 정책 소통에 나서지 않아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집고] 서울시가 작년 말 도입한 사전기획 진행 절차와 자문단 구성./서울시

    ■주민동의율 다 채웠는데…구청은 접수 거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발표 후인 작년 말 공공재개발에 사전기획 제도를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전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단계에 시행자로 공기업(LH·SH)이 참여해 전문가 자문을 통해 공공성 있는 계획 방향을 도출하고 이를 반영해 신속하게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계획안 마련·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정비계획 입안까지 사전기획 기간만 2년쯤 걸린다. 자문회의가 길어지면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이다. 2차 후보지들은 지난해 4~6월 공공시행자 주민설명회 이후 정비구역 입안 제안에 필요한 주민 동의서를 걷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작년 하반기 동의율을 60% 이상 채워 연말쯤 관할 구청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갑작스럽게 사전기획을 도입하면서 동의서를 서랍 속에 썩히게 된 것. 구청은 서울시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로 동의서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

    [땅집고]천호A1-1구역 곳곳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사전기획으로 인해 사업 일정이 밀리면서 공공재개발 반대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천호A1-1구역 공공재개발 준비위

    ■사업 지연에 동의서 회수하는 주민도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사전 설명이나 소통 없이 갑자기 일정을 바꿔버리는 정책이 어딨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상호 천호 A1-1구역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분명 공공재개발로 선정될 땐 없던 제도였다”면서 “시의 깜깜이 행정 때문에 주민 사이에서 공공재개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주민 입장에서는 정비구역 입안 동의서를 냈는데 접수가 안 되면서 공공재개발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것. 일부 후보지 추진위원들은 “동의서 제출자 가운데 변심해 철회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주민 간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지난달 열린 공공재개발협의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사전기획과 관련한 서울시에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공공재개발협의회

    이에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16곳으로 구성된 전국공공재개발협의회는 지난달 서울시에 사전기획 내용을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보냈다. 사전기획 단계에 정비구역 지정 입안동의서 신청서 제출 시기를 포함하고, 사전기획 진행 절차를 조금이라도 단축해 달라는 내용이다.

    박종덕 전국공공재개발협의회장은 “소통이나 설명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공공재개발 후보지 모두 서울시 방침에 적극 협조하려고 한다”며 “최소한 후보지 입장이라도 잘 청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땅집고]작년 3월 발표된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후 향후 일정. 일정에는 사전기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서울시, 국토부

    ■ 서울시 “사전고지 의무 없다”…업계 “소통 부족 아쉬워”

    서울시는 사전기획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며 사전 고지 의무는 없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시 내부에서는 공공재개발 시작 단계부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기획 제도를 고려해 왔다. 준비위에서 계획서를 냈다가 퇴짜를 맞으면 사업 진행이 더 느려질 수 있다”고 했다. 정비사업 진행에 대한 세부내용은 인허가권자가 정하기 때문에 제도를 추가하고 별도 고지하지 않았어도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정책 소통 부족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사전기획은 사업을 빠르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면서 주민들이 못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며 “고지 의무가 없더라도 공공이 바뀐 제도를 계속해서 주민에게 알리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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