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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되면 훨훨 날 입지…근데 동네엔 온통 중국어 간판

    입력 : 2022.02.10 11:38 | 수정 : 2022.02.10 11:44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사업 1차 후보지로 21곳을 선정했습니다. 후보지들은 새해 초부터 정비계획수립을 추진해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구역지정합니다. 정비사업이 모두 끝나면 약 2만50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섭니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존 재개발보다 3~5년 이상 사업기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수요자 관심이 쏠립니다. 땅집고가 1차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신통기획 후보지 집중분석] ⑭구로구 가리봉2구역
    [땅집고]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서울역 초역세권인 구로구 가리봉2구역 골목 초입에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 9일 찾은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낡은 주택가 골목길 초입에 ‘경축, 가리봉2구역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가 빽빽히 들어서 있는 가운데, 빛이 바랜 간판이 달려 있는 낡은 개인 상점과 모텔도 군데군데 보였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대부분 ‘양꼬치집’, ‘환전소’, ‘사람찾기’ 등 대부분 점포 간판 글씨가 중국어라는 것. 이 일대에는 중국인과 조선족이 많이 산다.

    [땅집고] 구로구 가리봉2구역은 지하철 7호선 남서울역 초역세권이면서,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도 멀지 않아 입지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시

    가리봉2구역은 3만7672㎡ 규모 노후 저층주택 밀집지다. 토지 등 소유자는 359명이다. 통상 서울시가 1만㎡에 200가구 정도 신축할 수 있다고 보는 점을 감안하면, 가리봉2구역은 재개발하면 700가구 안팎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셈이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초역세권이다. 지하철을 타면 고속터미널역 등 강남권까지 환승 없이 갈 수 있어 교통 여건은 우수하다. 서울시가 구로·금천구 일대 산업단지 ‘G밸리’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라, 가리봉2구역이 앞으로 서울 동남권의 직주근접 대표 주거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최상길 가리봉2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은 “신속통합기획 공모 당시 한 달 만에 전체 소유주 중 65.1%가 동의서를 냈다. 그만큼 주민 개발 염원이 강한 곳”이라며 “다만 후보지 선정 후 서울시나 구로구가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신속통합기획) 진척 소식을 하염 없이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 남구로역세권에 개발 호재 풍부…‘중국인 거주지’ 이미지 강해

    [땅집고] 구로구 가리봉2구역은 중국인과 조선족 거주 비율이 높아 주거지로는 선호도가 그닥 높지 않았다. /이지은 기자

    1970년대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지였던 가리봉2구역은 2000년대 들어 중국인·조선족 밀집지역으로 변했다. 2003년 서울시 뉴타운 사업구역으로 지정됐다가 2014년 구역지정이 해제됐다.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이 지역을 도시재생구역으로 묶으면서 재개발이 막혔고 주거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졌다.

    전문가들은 가리봉2구역 입지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다. 7호선 남구로역 초역세권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남구로역은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지하철역은 아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면 고속터미널 등 강남권까지 직결돼 교통이 나쁘지 않다.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도 걸어서 10분 정도로 멀지 않다.

    [땅집고] 서울시는 구로구와 금천구 일대 산업단지인 'G밸리'를 서울 최대의 융복합 산업단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서울시

    개발 호재도 있다. 서울시가 구로·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일대 ‘G밸리(서울디지털단지)’ 192만2261㎡를 서울 최대의 융복합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IT제조·소프트웨어·유통·서비스 집약체인데, 앞으로 R&D센터나 창업지원시설 등을 짓고 공원형 공개공지를 만들어 스마트 융복합 혁신 도심산업단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G밸리 국가산업단지계획 변경과 지형도면이 고시됐다. 개발 완료시 가리봉2구역은 G밸리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직주근접 주거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 8평 빌라 3억 안돼…구역지정 절차 아직 진행안돼

    [땅집고] 구로구 가리봉2구역 주택가. 비교적 신축인 빌라가 여럿 있다. /이지은 기자

    후보지로 지정되기 전 가리봉2구역에선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 거래가 여럿 이뤄졌다. 2002년 준공한 '삼성하이츠’ 3층 16㎡ 빌라가 지난해 8월 3억300만원에 팔렸다. 2018년 12월까지만 해도 1억6000만원에 거래했는데 약 3년 만에 집값이 2배 정도 오른 것이다.

    다른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와 비교하면 신축 거래도 적지 않았다. 2016년 입주한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 ‘스카이빌’ 8평 빌라가 지난해 12월 2억3800만원, 2억6000만원에 각각 팔렸다. 가리봉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구역에서 가장 횡재한 사람들은 올해 가리봉2구역에 분양한 신축 빌라를 산 계약자”라며 “최근 8~9평 투룸을 3억원 후반대에 분양했는데, 권리산정기준일(2021년 9월 23일) 직전에 빌라가 사용승인을 받아 신축 빌라 수분양자도 추후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구로구 가리봉2구역 빌라 거래와 인근 구로구 아파트 실거래가 비교. /이지은 기자

    가리봉2구역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시세가 어느정도 될까. 현재 가리봉동에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없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2004년 입주한 구로동 ‘구로래미안’(1244가구) 전용 80㎡가 작년 12월 10억1500만원에, 2006년 준공한 ‘구로두산위브’(660가구) 전용 84㎡가 지난달 8억7000만원에 각각 팔렸다. 두 곳 모두 비(非) 역세권인 점을 감안하면 1·7호선 이용이 편리한 가리봉2구역 집값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말 후보지 선정한 이후 신속통합기획 후속 절차가 진척되지 않아 주민들 불만이 적지 않다.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 임기인 올해 6월 말 전까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리봉2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말 구로구 재개발팀과 면담했는데 아직 재개발정비계획 수립 용역회사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서울시가 재개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한 사항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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