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2.09 07:23 | 수정 : 2022.02.09 09:36
[땅집고] “얼마전 조합원 분양신청을 했는데, 마치 초상집 분위기 같았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너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대다수 주민들이 집을 넓혀가지 못하고 좁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장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8일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최근 조합이 자체 추산한 결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이 1가구 당 5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서울에서 초과이익 부담금을 예상한 단지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성수동 서울숲역 인근에 1982년 173가구 규모로 들어선 이 단지는 2004년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18년간 재건축 사업을 진행했다.
추진위 설립 이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신설과 유예, 부활을 모두 겪어온 단지다. 이미희 장미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 자체적으로 부담금을 예상해 구청 등에도 문의한 결과 1가구당 5억원대의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추정됐다”며 “예상보다 훨씬 큰 추가 부담금에 주민들이 큰 혼란에 휩싸인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이 단지와 수도권 70개 재건축 단지가 연대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집단적인 반발에 나섰다.
■ 수도권 재건축 단지 초과이익 예상 부담금 1억~5억원대
지난 7일 오전 국회 앞에선 반포현대아파트 및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가 공동으로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대에 참여한 단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70여개 단지 5만가구 규모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00개(22만8000여 가구) 넘는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한다. 이중 서울 지역의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조합은 총 163개 조합으로 8만1800가구에 이른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란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오른 집값으로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평균 상승분과 각종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전체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규제다. 2006년에 처음 시행됐다가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위축 우려 등의 이유로 법 개정이 진행돼 2013~2017년엔 일시 중단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부활했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에 따르면 서울 및 경기 16개 단지에서 1억원 이상의 초과이익환수금 추정 부담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현재까지 계산된 것을 기준으로 가장 부담액이 큰 단지는 성수동 장미아파트(5억원)다. 뒤이어 도곡개포한신(4억3800만원), 반포3주구(4억원), 대치쌍용1차(3억원) 순이었다. 서울이 아닌 경기 지역 수원 영통2구역에서도 2억9500만원으로 3억원 가까운 금액이 예상됐고, 대전 용문1·2·3구역도 2억76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단지별로 사업 추진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지역 아파트의 초과이익 부담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집값 떨어지면 정부가 돈 돌려주나…초과이익 환수제도 손 봐야”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고, 법을 정비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조합원당 초과이익이 3000만~1억1000만원인 경우 초과액의 10%에서 최대 50%까지 상당액을 환수한다. 예를들어 1억1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이익의 50%까지 환수하게 된다. 지난 5년 동안 집값이 특히 급등한 수도권의 경우 집값 상승을 고려해 초과액 상한을 더 높여달라는 설명이다.
박경룡 방배삼익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단지들부터는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하는데, 사실상 201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집값이 역대급으로 올랐기 때문에 이 시기 추진한 주민들은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초과이익 환수제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사업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현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세까지 ‘역대급’으로 끌어 올려 놓았다.
초과이익환수제의 당초 취지는 개발 이익을 사회에 공유한다는 것인데, 지금처럼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선 부담금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가구도 많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조합이 아파트를 고급스럽게 짓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올릴 경우 가격 억제 효과도 떨어진다”며 “결과적으로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재건축을 연기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거나 집값이 급등해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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