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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부수지 뭐"…5800억 초호화 요트 옮기려고 이런 일을

    입력 : 2022.02.05 09:46

    [땅집고] 로테르담 지역 명물로 꼽히는 '코닝스하벤 다리'. /로테르담시

    [땅집고] “와, 돈 많으면 남의 나라 문화재도 마음대로… 정말 대단한 재력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올해 기준 보유 재산이 205조8339억원으로, 전 세계를 통틀어 세 번째로 돈이 많은 인물이다. 최근 그가 5800억여원에 매입한 호화 요트를 운반하기 위해 144년 된 네덜란드 국가 기념물 교량(橋梁)을 철거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땅집고] 아마존 창업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지난해 제프 베이조스는 네덜란드의 조선사인 오션코(Oceanco)에 길이 127m짜리 초호화 슈퍼 요트(super yacht) ‘Y721’ 건조를 의뢰했다. 통상 외국에서 길이가 24m 이상이면서 개인이 소유한 요트를 슈퍼 요트라고 칭하는데, 제프 베이조스의 ‘Y721’은 국가 안보에 활용하는 초대형 군함 크기와 맞먹는다. 실제로 영국 더 타임스는 “제프 베이조스의 슈퍼 요트는 말이 요트지, 사실상 1859년에 출범한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기함(旗艦)인 빅토리함보다 크다”고 보도했다.

    가격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오션코는 ‘Y721’ 완공시 가치가 4억8500만달러(약 5846억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제프 베이조스가 2013년 미국 신문사인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지불했던 비용의 2배 이상이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로켓을 10번 발사할 수 있는 금액과 맞먹는다.

    [땅집고] 제프 베이조스가 주문해 건조 중인 5800억원 규모 초호화 선박 'Y721'. /오션코

    그런데 이 요트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Y721’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근 도시인 알블라세르담 내 조선소에서 제작되고 있다. 건조 이후에 요트를 조선소에서 빼내 바다로 이동해야 하는데, 유일한 경로가 144년 된 로테르담의 지역 명물 ‘코닝스하벤(Koningshaven) 다리’ 밑을 지나는 것. 문제는 이 다리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높이 상한이 40m이라는 점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요트에 달린 3개의 돛대 높이가 이보다 높게 설계되는 바람에 운반에 차질이 생겼다. .

    결국 제프 베이조스 측은 로테르담시와 협의해 코닝스하벤 다리 중간을 일부 철거해 ‘Y721’를 바다로 옮긴 뒤, 다리를 최신식으로 재건하기로 했다. 교량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비용을 모두 제프 베이조스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시는 “경제적 관점에서 요트 건조 작업에 따라 창출되는 고용에 중점을 둔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협상 과정에서 시가 다리 철거를 허가하지 않는다면 오션코는 ‘Y721’을 반쯤 제작해 로테르담 외 지역에서 완공할 예정이었다. 이런 경우 로테르담시 입장에선 일자리가 줄면서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땅집고] 제프 베이조스의 'Y721'을 운반하기 위해 지역 문화재를 철거하고 다시 신축하는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BBC

    이에 로테르담 지역 사회에선 “명백한 문화재 훼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닝스하벤 다리가 144년째 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지역 명소인 만큼, 역사성을 고려해 다리의 원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 로트르담 역사학회 회장인 톤 베세린크는 “물론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문화재가 얽히게 된 이상 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릴 수 있는 조치에도 제한이 있어야 한다”며 시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코닝스하벤은 1878년 건축된 철도교다.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의 폭격에 무너졌다가 1940년 다시 재건됐다. 다리로 열차가 통과할 때는 상단에 매달려 있는 교량이 아래로 내려오고, 반대로 다리 아래 수로로 배가 지나갈 때는 교량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1993년 인근에 철도 노선이 마련된 이후로는 이 다리로 열차가 통과하는 일은 없어졌다. 당초 시는 교량이 쓸모 없어졌다며 철거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 다리를 로테르담의 명소로 여겨온 주민들이 반대했고, 문화재처럼 자리를 잡게 됐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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