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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해 뭉쳤다…"분당, 스마트시티로 재건축할 것"

    입력 : 2022.02.04 04:07

    [땅집고] 올해로 조성된 지 30년을 넘긴 수도권 1기 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분당 시범·서현 등 21개 아파트 단지 주민이 ‘분당재건축연합’을 출범시켰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노후화가 시작하면서 주거환경개선 방안으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을 때부터 용적률이 200%가 넘는 곳이 많아 재건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주장하는 그룹도 있다. 분당재건축연합회 측은 ‘재건축을 통한 도시 정비’를 주장한다. 분당재건축연합 측은 “앞으로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분당 10개 단지가 더 합류해 총 30개 단지(10만 가구)가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일대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삼성·한신 아파트. /조선DB

    땅집고는 분당재건축연합 이종석 회장(서현·시범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과 최우식 추진본부장(정자 상록우성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서울 재건축과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미래 세대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최첨단 스마트 시티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 재건축연합회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이종석 회장: 그동안 정부가 신도시 조성에만 열을 올리고, 유지 관리 방안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서울은 지난 10년간 한강변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노후 주택단지 개발 청사진을 계속 제시했는데,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는 조성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정비계획에 대한 구상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택과 도시가 낡아가는 것을 주민이 고스란히 감당하라는 이야기다.

    도시가 너무 늙었다. 30년전 건축 기술과 지금 기술은 천양지차다. 수리해서 사는 것에 한계를 느낀 주민들이 2기 신도시 등지로 새 집을 찾아 떠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조성된 당시 서울 집값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정비 계획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땅집고] 분당재건축연합회를 이끄는 이종석 회장(오른쪽)과 최우식 본부장. /김리영 기자

    ―분당재건축연합이 주장하는 재건축은 어떤 방식인가.
    ▶이종석 회장 : 서울의 재건축과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용적률 높이고, 가구 수 늘려 분양 수익을 확대하는 방식만으론 각종 도시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애초부터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를 염두에 뒀다.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 친화적인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시티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주거, 교통, 환경, 의료, 교육 등 복합 인프라에 정보망이 구축되는 똑똑한 도시를 뜻한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가 운행하는 자율주행 전용도로와 자율주행버스가 도입되고, 집 앞에 드론이 배달하는 택배가 놓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수명이 오래가는 이른바 ‘장(長)수명 주택’ 등 친환경적인 건축 기술을 도입하고자 한다.

    [관련기사]30년이면 재건축? 100년 써도 멀쩡한 집 나왔다

    ‘장수명 주택’은 튼튼한 콘크리트 구조로 배관과 내부 설비를 손쉽게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 주택 수명을 100년간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주택을 말한다. 철거, 재건축 횟수를 줄여 온실가스와 건설 폐기물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기 신도시는 이미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쉽지 않고, 리모델링이 낫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재건축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종석 회장 : 재정비 효과 때문이다. 흔히 리모델링이 친환경적이란 주장이 있는데, 이것도 다소 과장됐다. 폐콘크리트를 일부 줄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나머지 건설 폐기물이 만만치않게 나오고 건축 기술도 까다롭기 때문에 신축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 리모델링이다. 공급량도 적다. 나홀로 주택 등 단지 여건에 따라 리모델링이 적합할 수도 있지만, 1기 신도시처럼 대규모 주택 단지를 전체 리모델링하는 것이 주택 공급 차원에서 과연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정부는 현재 발생하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3기 신도시처럼 토지 수용 방식을 고집한다. 하지만, 1기 신도시처럼 기존에 조성된 도시를 재정비해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선 재건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

    ―분당 전체를 재건축하면 각종 도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나. 1기 신도시 수십만 가구를 모두 철거할 수도 없지 않은가.
    ▶최우식 본부장 : 1기 신도시 아파트를 한꺼번에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도시계획처럼 단지별 순차 개발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속히 계획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분당 15만가구를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재건축해도 이주 등을 고려하면 50년은 걸린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 다만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계획도시였기때문에 일반적인 정비사업지와 달리, 재건축 과정에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우수한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부채납 등을 통해 도로, 기반시설 등에 스마트 시티가 도입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임대주택 등 공공 기여도 주민들이 일정 부분은 감당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주택 단지인만큼 시간은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땅집고] 2019년 3기 신도시 개발을 규탄하기 위해 1기 신도시 일산 주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조선DB

    ―곧 대선이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종석 회장 : 정부도 안전진단, 용적률 상한 등 재건축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평가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비중 가중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1기 신도시 대부분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당연히 재건축 사업이 가능하도록 용적률 완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자체 차원에선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떠안는 것이 버겁고 어려운 점이 많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정부가 보다 큰 차원에서 1기 신도시를 통합 관리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역시 30년 뒤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서울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급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본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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