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1.26 07:16 | 수정 : 2022.01.26 07:27
[땅집고] “신축 오피스텔인데 배관이 터지면서 엘리베이터가 물에 푹 잠긴 적이 있어요. 그런데도 현대건설이 (엘리베이터) 교체를 안해주는 바람에 한 입주민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적도 있었습니다.”
현대건설이 경기 안양시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 오피스텔. 최고 43층 2개동에 총 622실 규모로, 지난해 7월 입주한 신축 단지다. 지하철 4호선 범계역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초역세권이면서 주택형이 최대 84㎡로 침실 2~3개를 포함하는 소위 ‘아파텔’이다. 첫 내 집 마련한 입주자도 적지 않다. 분양가는 25평(전용 59㎡)이 4억3100만~5억2300만원, 34평(전용 84㎡)이 8억4600만원 선이었다.
그런데 입주민들 사이에 엘리베이터를 전면 교체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단지 내 소방 배관이 터져 물이 ‘콸콸’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5대가 전부 침수했는데 현대건설이 엘리베이터 교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물이 계단을 따라 전기실이 있는 지하 7층까지 들어차는 바람에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겼던 만큼, 엘리베이터를 구성하는 금속·전자 부품이 빠르게 부식하거나 노후화하면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5일에는 한 입주민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 갇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A씨는 안양시청 전자민원 홈페이지에 “퇴근하다가 엘리베이터에 3분 정도 갇혔었다. 비상벨도 안되는 상황에서 문이 열려 겨우 내렸다”며 “40층에 사는데, 나머지 8층은 걸어서 올라갔다. 잠깐이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엘리베이터 타기가 두렵다. 인명사고 장담 못하는 것 아니냐”라는 글을 올렸다. A씨 외에도 안양시청에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 엘리베이터를 전면 교체해달라는 입주민 민원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현대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엘리베이터 침수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조치를 취했다는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시 신축 단지여서 하자보수를 위한 AS센터를 상주 운영 중이었다. 침수된 엘리베이터에서 물을 빼고 안전점검과 청소까지 마쳤기 때문에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런데도 입주자들이 승강기 사용을 거부하면서 성능이 더 좋은 엘리베이터로 교체해달라고 민원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베이터 한 대 재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1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 번 물에 잠겼던 엘리베이터를 다시 써도 안전에 문제 없는 걸까. 엘리베이터가 이동하는 통로 맨 밑바닥을 ‘피트’라고 한다. 통상 침수로 인해 피트에 물이 차거나 승강기 부품이 부식·노후된 경우 한국승강기안전관리공단이 입주자 안전을 고려해 문제가 된 부분을 보완·교체하도록 한다. 이번에도 공단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트 공간에 물이 들어찬 적은 있지만 승강기 자체가 물에 빠졌던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물을 맞았던 승강기 내 부품은 현대건설이 이미 모두 교체했다.
당시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승강기안전관리공단 안양지사 관계자는 땅집고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27~29일 이틀 동안 검사한 결과, 4대는 이상이 없어 합격 처리했고 나머지 1대는 보완 조건으로 처리했다”며 “조건부 처리한 엘리베이터에서도 침수로 인한 피트 누수나 부품 부식과 관련한 문제가 나타난 것은 전혀 아니어서 현재는 시설 보완을 마치고 합격 처리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과거 침수로 인한 안전 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엘리베이터도 기계이다 보니 고장이 안 날 수는 없다. 고장 빈도가 관건인데, 사람이 갇히는 등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그때는 정말 교체가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공단이 점검한 사항은 ‘안전’에 국한한 것이어서 엘리베이터 ‘성능’을 높이기 위한 교체 문제라면 입주자와 현대건설이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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