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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도 떼버렸다니까요?"…멀쩡한 새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입력 : 2022.01.19 07:14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북한산 삼부르네상스' 아파트 현관문에 철봉이 용접돼있고, 유치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대문구 ‘북한산 삼부르네상스’ 아파트 시행사가 주민들이 입주할 수 없도록 현관문을 용접하고, 전기 차단했다. 시행사는 이사를 할 수 없도록 엘리베이터 앞에 무거운 드럼통을 설치했다. 아예 현관문을 떼내 가버린 경우도 있다. 주민들은 용접을 뜯어내거나, 사다리를 타고 거실창으로 입주를 강행하기도 했다. 시행사의 방해를 뚫고 입주한 한 입주민은 “한겨울에 현관문이 없어 한 달 동안 비닐을 치고 버텼다”고 말했다. 2022년 서울 한복판에 있는 멀쩡한 새 아파트 단지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입주 3년 연기, 공사비 못내 유치권까지 걸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북한산 삼부르네상스’는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 2-2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를 개발한 아파트다. 최고 8층, 18개동, 305가구 규모다. 기존 토지주 소유의 115가구, 일반 분양한 190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 사업은 지구 내 노후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지주들이 주민위원회를 결성한 뒤, 시행사인 ‘한섬개발’에 시행을 전면 위임하는 지주공동사업 방식으로 단지를 개발했다. 2005년부터 사업이 시작됐고, 2016년 5월 일반 분양까지 이뤄졌다. 분양가는 34평(전용 84㎡) 기준으로 토지주 3억2000만원, 일반분양 4억7000만~4억8000만원 선이었다.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삼부르네상스' 아파트. /네이버 로드뷰

    이 아파트 개발사업은 애초에 사업지 확보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해당 사업지에는 서대문구청이 보유한 구 소유 토지(구유지) 68필지가 있었다. 당초 한섬개발이 세 차례에 걸쳐 구유지를 매입하기로 했는데, 서대문구에 매각대금 49억원을 지불하지 않았다. 구청은 이에 맞서 아파트 사용승인 허가를 내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당초 입주 예정 시기는 2018년 9월이었지만, 입주가 3년이나 늦어졌다. 지난해 한섬개발이 서대문구청에 미납대금을 겨우 완납하면서 서대문구청이 임시사용승인을 내줬고, 2021년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입주 시작 후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한섬개발은 아파트 공사를 삼부토건에 맡겼는데, 전체 공사비 600억여원 중 200억원 가량을 미납했다. 이 때문에 삼부토건은 집집마다 유치권 안내문을 붙여둔 상태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한섬개발이 사업 초기였던 2009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확보한 사업지의 약 25%를 제일저축은행 담보로 맡기고 297억원을 대출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사업이 지체되는 동안 제일저축은행이 2012년 파산했다. 이 채권이 예금보험공사를 거쳐 또다른 부동산 개발회사인 ‘㈜블루문’이라는 회사가 사들였다. 그 결과 시행사인 한섬개발은 사업지 75%의 권리만 가진 상태다.

    ■가구당 ‘추가분담금’ 1760만원 요구…거부하면 현관문 용접도

    [땅집고] 시행사 한섬개발이 '북한산 삼부르네상스'을 일반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보낸 추가금액 납입 고지서. /입주민 제공

    자금이 부족해진 한섬개발은 기존 토지주 주민과 일반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추가공사비’를 내야 한다고 고지했다. 지주공동사업의 또다른 시행자인 토지주에게는 가구당 추가 공사비와 통합시스템 구축비용으로 2억원 이상을 책정하고, 일반 수분양자에게는 1760만원을 더 내라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섬개발은 “시공사에 200억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못 내는 바람에 건물에 유치권이 걸리는 등 손해가 막심하다”라며 “공사비는 이미 발생했고 기존 토지주와 입주민으로부터 추가공사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존 토지주들은 “기존 지주들은 땅만 제공하고, 다른 사업비는 시행사가 부담하는 것이 당초 계약했던 내용”이라며 “분양 당시보다 집값이 급등하다보니 돈 욕심이 생긴 한섬개발이 억지 주장을 하며 불법행동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 공사비에 대해서는 지주들은 사전에 통보를 받은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 분양을 받은 가구도 마찬가지다.

    [땅집고] 한 입주민은 시행사가 현관문을 떼버리는 바람에 한겨울인데도 문에 비닐을 치고 살았다고 했다. /입주민 제공

    입주민 60여명은 지난해 5월 시행사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추가 공사비와 건물 인도 이행에 대한 단체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11월 법원이 시행사가 입주민들에게 추가 분담금 없이 건물을 명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가집행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한섬개발은 이 같은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입주를 물리적으로 막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주민과 시행사간 민사상 문제여서 경찰이 개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북한산 삼부르네상스’ 입주민들은 지난 13일 권리행사방해죄로 시행사와 시공사를 대상으로 형사 고소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한섬개발이 입주민들의 동의 없이 추가공사비를 책정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으며, 용접 등 대응으로 입주민들에게 폭행·협박 등 무력을 행사한 데 대해서는 주거침입죄·재물손괴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 입장에선 추가공사비 납부도 문제지만, 시행사가 담보로 잡았던 25% 부지에 대한 채권을 해결하지 않으면 등기를 하지 못하는 점이 추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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