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1.17 07:22 | 수정 : 2022.01.17 16:13
[땅집고] “작년 2월까지만 해도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전세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0만원이었던 매물이 최근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2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주택자도 종합부동산세가 부담된다며 자기 집을 월세로 내놓고 본인도 세입자로 들어가 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서울 성동구 옥수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최근 전세값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진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월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2020년 새 임대보호차법 시행 이후 전세금이 대폭 오른 데다 대출 규제 강화로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보증부 월세, 이른바 반전세로 대거 돌아선 것. 이 때문에 월 평균 100만원이 넘는 고액 월세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 일부 집주인 중 세금을 내기 위해 월세를 대폭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아파트 월세 치솟아…거래량도 역대 최대
지난해 아파트 월세가격은 급등하고, 월세지수도 역대 최대치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지난 해 11월 124만1000원으로 2020년 말(112만7000원)보다 10.1%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도 같은 기간 91만3000원에서 103만7000원으로 13.58% 올랐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2020년 말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2021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대인 5.47포인트 상승했다. 인천의 아파트 월세지수도 지난달 110으로 전년 말 대비 9.04포인트 올랐고,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101.9에서 108.6으로 6.63포인트 상승했다.
월세 거래량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전체 거래량은 1만3532건이다. 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5678건으로 41.96%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실제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지난 해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17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30만원 올랐다.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84㎡는 보증금 1억원, 월세 38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데 한 달 전만해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3만원이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펜테리움리버테라스 2차’ 84㎡는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10만원에 새 세입자를 들였다. 작년 11월만 해도 동일 주택형을 월세 18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는데 한 달 새 30만원이 오른 것이다. 경기 안산시 ‘시흥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84㎡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이면 계약할 수 있었지만 최근 월세 호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으로 급등했다.
■“전세 대출 막히고 종부세는 오르고…”
최근 월세 폭등 현상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3.13%였다. 2020년 5월(4.01%) 이후 1년 6개월간 하락하던 전월세 전환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연속 3.13%로 집계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성동구 옥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도 세 부담이 커서 자기 집을 월세로 돌리는 상황”이라며 “재작년까지만 해도 10건 중 2~3건 정도가 반전세 거래였다면 지난해에는 10건 중 7건이 반전세였다”고 했다.
세입자도 전세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0년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금이 크게 오른데다 가계 대출 규제로 전세 자금 조달마저 막힌 것.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 이자가 오르고 그나마 규제 때문에 대출이 잘 나오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돌아서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며 "전세 대출이 꽉 막힌 상황이 계속되면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조세 전가 현상이 더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 입장에서 새로 전세를 구하기도 어렵고, 공급이 없어 새 집을 사기도 힘든 상황이 맞물리면서 월세가 폭등한 것”이라며 “올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물건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올 경우 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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