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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불린 재산인데!"…남편 사망 전 택한 씁쓸한 절세법

    입력 : 2022.01.06 07:27 | 수정 : 2022.01.17 16:17

    [증여의 시대] 남편 사망 앞둔 아내가 택한 ‘이혼 절세법’

    [땅집고] 배우자와 사별해 재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사망 전 이혼해 재산을 분할하면 원칙적으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조선DB

    [땅집고] 30년 전 A씨는 7남매를 둔 현재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A씨는 남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며 100억원 가까운 재산을 함께 일궜다. 비록 친자식은 아니어도 남편이 전 부인과 낳은 일곱 자녀도 끔찍이 사랑하며 키웠다.

    하지만 남편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자녀들이 재산을 나눠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A씨는 “남편 재산 불리는데 내가 기여한 부분이 얼마인데…”라며 자녀들에게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던 것. 남편이 사망하면 자녀들과 재산 다툼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A씨는 이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고심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 결국 A씨는 남편과 협의 이혼했고, 이혼 후 몇 달이 지나 남편은 사망했다.

    A씨는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을 통해 남편 재산 100억원 중 50억원을 세금 한푼 안 내고 받았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마주했다. 국세청이 A씨와 남편 간 이혼을 ‘가장(거짓) 이혼’으로 보고 A씨에게 막대한 증여세를 매겼던 것이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갔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 이혼 전 상속액 14억…이혼하니 50억으로 급증

    만약 A씨가 이혼을 통한 재산분할을 하지 않았다면 남편 사망 후 상속세 내고 상속받을 재산 규모(실수령액)는 14억55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남편과 이혼하면서 재산 50%를 받아 100억원 중 50억원(실수령액)을 확보했다. 이혼을 통한 재산분할의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실제 국세청 예규에 따르면 “민법 제839조의 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협의가 이루어져 이혼합의서에 재산분할청구로 인한 소유권이전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또는 재산분할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여 혼인 후에 취득한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는 조세포탈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돈의 실수령액은 14억5500만원에서 50억원으로 35억원 정도 늘었다. 자녀들은 아버지 사망 후 잔여 재산 50억원을 상속 재산으로 계산해 상속세를 신고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A씨가 남편 사망 직전 이혼한 이유가 혼인 생활 해소가 아니라 전처 소생 자녀들과 재산 다툼을 피하기 위한 이혼이었기 때문에 ‘가장 이혼’에 해당한다며 A씨 몫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내라고 결정했다.

    [땅집고]국세청. /조선DB

    국세청의 이 같은 판단은 조세심판원과 1심 법원, 고등법원까지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고등법원은 “배우자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상속재산 분쟁을 회피할 목적으로 재산분할을 위해 이혼한 경우, 재산분할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면 이혼하지 않고 고율 상속세등을 부담하는 경우와 비교해 세 부담에서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등 조세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부당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판결했다. 이런 행위를 방치하면 사망 전 이혼을 통한 상속세 회피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 대법원 “가장 이혼은 세무 당국이 입증해야”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망 직전의 이혼, 재산 다툼을 피하기 위한 이혼, 그리고 이혼 후 동거하면서 병간호한 사실, 사망 후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하는 소송제기 등의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혼 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가장 이혼이라고 하는 명백한 사실이 없는 한 가장 이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증여세를 과세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해석하는 ‘가장 이혼’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가장 이혼 입증 책임을 과세 관청에게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금을 안 내려고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는 많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이혼을 통해 세금이 대폭 줄어든다면 가장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많아질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글=유찬영 세무사,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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