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29 11:41 | 수정 : 2021.12.29 13:41
[2021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작을 만나다] 강영진·강우현 아키후드 대표가 설계한 ‘부암동 두집’
[땅집고]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인왕산 자락을 따라 조성된 주택가 골목길을 걷다보면 1층에 넓은 테라스가 딸린 단독주택이 나온다. 2층엔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지붕)과 커다란 창이 있다. 이 주택 1층에는 부모가, 2층에는 아들 부부가 함께 살고 있다. 이 가족은 약 10년 만에 단독주택에 모여 함께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두 세대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집을 설계했다. 두 세대가 각각 독립적이면서 함께 하는 삶이 가능한 이 주택을 설계한 강우현·강영진 건축가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의 강우현·강영진 공동대표는 “부모 자식 사이지만, 두 세대간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한 집에 녹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오래되고 빛 바랜 장소를 열심히 다듬고 가꿔서 그 빛을 되살려 주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건축개요
작품명: 부암동 두집
설계: 강우현, 강영진(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용도: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389.87㎡
건축면적: 191.90㎡
연면적: 376.95㎡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높이: 8.44m
주차: 4대
건폐율: 49.22%
용적률: 76.88%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지붕 철골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목재루버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콘크리트 위 침투성하드너, 원목마루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건축주 직영
조경: 안마당더랩, 스페이스A1
◆건축가가 이 집을 지은 의도는…
‘부암동 두집’ 건축을 통해 부모와 아들 부부는 모두 처음으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살게 됐다. 이 때문에 정원과 전망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았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했다.
대지는 인왕산 중턱에 있어 전체적으로 고도가 높고 경사가 심했다. 대지 초입에는 5m 높이 축대가 있었다. 마을의 밀도와 공사 여건도 좋지 않고 지적과 현황이 맞지 않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전망만큼은 건축 과정의 모든 어려움을 잊게할 정도로 근사했다. 축대 위에 서면 주변 마을의 풍경과 북악산, 북한산, 인왕산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주택의 배치는 자연스럽게 이 경치들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했다.
■ 1층은 지상 정원, 2층은 탁 트인 조망 선사…중정으로 연결되는 집
건축가는 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 건물 안에서 두 세대를 수직적으로 분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또 1층에는 지상 정원을, 2층에는 근사한 전망을 각각 몰아주기로 했다. 1층은 은퇴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부모가, 2층은 손님 방문이 잦아 간단한 파티공간이 필요한 아들 부부가 거주하기로 결정했다.
건축가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으면서도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1층 지붕이 2층의 야외 공간이 되는 기본적인 방식에서 출발해 1층에 중정(中庭)을 만들었는데, 이 공간은 가족들의 개별 영역을 구분하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작은 틈이 됐다.
중정에 면하는 2층 창은 바짝 다가가야만 아래층에 있는 사람이 보이는 높이로 설치해 1층과의 거리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창을 열어 놓으면 가까이 가지 않더라도 1층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중정형 배치는 채광과 환기에 용이하면서, 외부와 다양하게 접해 단조롭지 않은 공간을 만든다. 중정 안에는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연못 공간과 정원을 만들었다. 가운데에는 큼지막하게 깬 돌로 채워진 연못이 있는데 겨울에는 물이 없는 돌정원으로 변해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을 갖는다.
건축가는 이 네모난 연못을 통해 집 안으로 하늘이 반사돼 들어오게 했고, 정원 한 편에 있는 40년 된 살구나무를 보존해 이 ‘땅’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을 남기고자 했다. 넓지 않은 대지에서 그 큰 나무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햇볕이 뜨거운 8월에 이식하다가 혹여나 죽지 않을까 공사 내내 노심초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은 살구나무는 현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이 집의 상징이 됐다.
■곳곳의 천창으로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는 집
아들 부부가 사는 2층은 채광과 전망이 뛰어난 전면에 넓은 테라스와 옥상정원을 만들어 땅 위의 정원이 없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했다. 이 공간은 서울 시내와 삼면으로 이어진 산세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어 손님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1층의 깊은 처마이기도 한 2층 테라스는 불편할 수도 있는 서로의 시선을 가려주고, 전면에 사초과(벼목의 한 과) 식물을 가득 심어 바람 좋은 날 기분 좋은 흔들림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테라스가 시야를 넓게 트여 가족들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면, 천창(天窓)은 따스한 빛을 실내로 들여오도록 했다. ‘부암동 두집’에는 군데군데 천창이 설계됐는데 이 요소는 주거의 주 향인 동쪽으로부터 오는 채광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지붕 모양에 맞게 경사져 있는데,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깊숙이 빛을 끌어들인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계절별로 변하는 햇빛의 각도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건축가가 마련한 집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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