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26 14:54 | 수정 : 2021.12.27 07:30
[땅집고] 새해부터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되면서 닫혔던 은행권 대출 문이 다시 열릴 조짐이다. 다만 정부가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게 관리하겠다고 밝혔고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3단계 시행이 예고되고 있어 대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치가 내년 1월 1일자로 재설정되면서 은행권이 대출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아예 대출을 중단해야 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 관리에 나섰던 은행권에서 우대금리를 일부 복원시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리은행은 내달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과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기존 대비 최대 0.6%포인트까지 올리기로 했다. 우대금리를 확대하면 사실상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NH농협은행은 내달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정상화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뒤 이달부터는 무주택자에만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지난 11월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로 낮췄던 신용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확대한다. 신규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SC제일은행은 내년 대출 재개에 앞서 이달 20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대출 재개를 준비 중이다. 올해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를 소진해 신규 대출을 중단해야 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내달 1일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 차주별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경우 이 비율이 40%를 넘을 수 없다.
내년 1월부터는 DSR 2단계가 시행돼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된다. 3단계가 시행되는 7월부터 1억원 초과 대출자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내년에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는 4∼5%대로 올해보다 낮게 설정됐다.
그나마 실수요자에게는 최대 1억원 추가 대출 한도가 부여돼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결혼·장례·상속세·출산·수술·입원 등에 필요한 신용대출 특별한도를 '연 소득의 0.5배 이내, 최대 1억원’ 범위에서 추가 적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르면 내달부터 시행된다.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도 낮아진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 최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대출 중단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ki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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