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는요?"…'눈 가리고 아웅' 보유세 감면 대책

[땅집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당정 협의를 통해 내년 보유세 경감 방안을 대거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내년 보유세를 매기거나 특정 계층에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일시 유예하는 대책의 경우 일회성인 데다 장기적으로 세금 감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 보유세는 일시적으로 감면한다 해도 2023년 이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결국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보유세 완화를 두고 ‘선거용 액션’, ‘1년짜리 땜질 처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 보유세 폭탄, 2023년으로 떠넘기나

애초 여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를 필두로 공시가격 인상률 억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하자, 내년 공시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재산세와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의 실제 납부액을 줄이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공시가격으로 내년 보유세를 매기는 것. 내년 재산세나 종부세 납부액을 올해와 같도록 동결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이나 경기도, 세종시처럼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선 내년 보유세가 올해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1주택자의 보유세가 전년보다 50% 넘게 오르지 않는 ‘세부담 상한’에 걸려 올해 덜 낸 세금이 내년에 부과된다.

내년 보유세는 일시적으로 감면한다 해도 2023년 이후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올해 전국 아파트값이 13% 넘게 올랐고, 민관 연구기관에서는 내년에도 집값이 오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세무사는 “2023년엔 2년 치 누적된 공시가격 인상분을 세금으로 매길 것인지, 그에 따른 불만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면서 “그저 3월 대선을 앞두고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세금 감면이라는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대선 앞두고 선심성 땜질 처방”

당정은 재산세나 종부세 산정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지만,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을 전면 상쇄할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낮췄더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올릴 수 있다.

고령층과 은퇴 세대를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거센 것을 감안해 고령층 1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 납부를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대상인) 1가구 1주택 13만 가구 가운데 고령자인 6만 가구에 대해 종부세 납부 유예 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0.05%포인트 감면한 것처럼 특례세율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세 부담 상한을 현행 50%에서 0~3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 부담이 가중된다면 특례세율 적용이나 세 부담 상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석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여당이 부랴부랴 보유세 동결 방안을 마련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수요자의 세금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모두 임시 조치”라며 “장기적인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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