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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코빼기도 안보여"…오도 가도 못하는 도심 물류센터

    입력 : 2021.12.20 07:17 | 수정 : 2021.12.20 18:57

    [발품 리포트] 민원 우려 서울시에 발목잡힌 도심 복합물류센터, 이대로 좌초하나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 부지. 9년 넘게 공터로 방치돼 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간선도로 하행선에서 동대문구 장안삼거리 방향으로 나왔더니 램프 출구 바로 옆에 철제 가림막에 둘러싸인 빈 땅이 나왔다. 옛 동부화물터미널 부지로 2005년부터 16년여째 복합물류센터를 지으려고 추진 중인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 인허가 벽에 가로막혀 방치되고 있다. 그 사이 땅 소유권도 신세계그룹에서 제일건설로 넘어갔다. 제일건설 측은 “서울시가 제시한 물류 현대화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는데, 서울시와 아직 공식적인 협의를 한번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커머스 확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물류산업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서울 도심 물류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형 복합물류센터 사업이 규제에 가로막혀 줄줄이 좌초 직전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화물터미널과 서초구 양재동 한국트럭터미널 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 두 사업 모두 서울시가 당초 계획과 달리 민원을 우려해 인허가를 미루면서 수년째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

    ■“물류시설 유치하겠다더니…9년째 인허가 미뤄”

    동대문구 장안동 284-1 일대 1만9463㎡ 규모 동부화물터미널 부지는 서울시가 2012년 물류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현대화된 물류시설을 유치하기로 했던 곳이다. 2015년에는 국회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제도까지 도입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결과, 동부화물터미널 개발사업은 10년이 다 되도록 인허가는커녕 사전 행정절차인 도시계획변경도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만 딱 한번 진행했을 뿐, 소유주와 단 한 차례 협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동대문구와 서울시가 돌연 입장을 바꾼 탓이다. 신세계그룹이 2005년 해당 부지를 매입하자, 지역 주민 반대가 이어졌고 서울시도 도시계획변경을 차일피일 미뤘다. 신세계가 이마트를 결합한 복합시설을 짓겠다고 대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거절됐다. 결국 2019년 9월 신세계가 땅 소유권을 장안복합개발피에프브이(제일건설 자회사)로 넘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서울시는 화물차량이 드나들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소음과 매연이 발생해 주민 생활을 불편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그룹이 아파트와 판매시설 등을 결합한 물류시설을 짓겠다고 했는데, 개발 이익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트럭터미널 부지. /하림

    ■ 서울시-하림, 용적률 갈등에 양재트럭터미널도 지지부진

    유통업체인 하림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서초구 양재동 한국트럭터미널 부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부지규모 9만4949㎡에 달하는 이곳은 2016년 정부로부터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지정됐다. 서울시도 처음에는 개발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림이 개발계획을 발표하자 서울시는 R&D 시설 의무화와 공공기여를 선제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인허가에 시간을 끌었다. 하림은 감사원에 이의제기까지 진행했다. 결국 감사원은 지난 7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하림의 양재동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하림 측은 용적률 800%를 요구하는데 서울시는 400% 이하를 고수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 등 1500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면서 “실수요검증만 2년 넘게 끌는 경우가 많은데, 최대한 빠르게 결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물류업계는 대형 물류단지 조성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각종 포장지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 대형 화물차로 인한 교통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인식이 좋지 않다”면서 “여전히 반대 민심이 강한데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어 인허가가 나더라도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자동분류기 등 첨단기술 도입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을 인증받은 경기도 광주시 CJ대한통운 '메가허브 곤지암'. /장귀용 기자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미온적인 태도가 물류산업 육성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도심 물류가 발달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연면적 3만3000㎡ 이하)와 분류, 보관시설을 갖춘 대규모 첨단물류단지를 연계하는 유통망 확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인허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 강주선 아세테크 이사는 “대규모로 물건을 집적(集積)하고 분류하는 첨단 친환경 무인화기기는 소형 물류센터에 도입하기에는 타산이 맞지 않아 공공에서 지원을 해서라도 도심 내 대형 물류센터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형 물류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주민도 있지만, 자녀 통학환경 저해와 소음 등을 우려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면서 “꼼꼼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고, 주변과 상생할 수 있는 기여 방안을 논의하다보니 다소 인허가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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