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17 11:04
[땅집고] 도시 생활에 지친 A씨는 지난 6월 강원 강릉시에 분양한 ‘강릉 영진 코아루 휴티스 디오션’ 아파트에 청약했다. 단지는 지하 1층~지상 29층 3동, 총 217가구다. 주문진해수욕장을 끼고 있어 거실 창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분양 홈페이지에선 이 점을 내세워 ‘프리미엄 조망권', '바다뷰', '오션라이프’ 등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시행하고 금강종합건설이 시공한다.
이 아파트에 운 좋게 당첨된 A씨는 2023년 입주를 손꼽아 기다렸다. 29층 중 ‘로얄층’으로 꼽히는 26층 이상 상층부를 배정받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최근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시행사가 ‘아파트 26~29층에 해당하는 8가구가 사라지게 됐다’며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
A씨는 “지금쯤 중도금을 대출받을 시점이어서 대출 안내문이 온 줄 알았는데, 사전에 한마디 상의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하는 경우는 처음봤다”며 황당해 하고 있다.
청약 당첨자들과 계약까지 마친 ‘강릉 영진 코아루 휴티스 디오션’ 층수가 갑자기 줄어든 이유가 뭘까. 이 단지가 전파법상 무선방위측정장치 보호구역에 해당해 건축물 고도제한을 받는데, 강릉시가 이 사실을 모르고 인허가를 내줬다가 뒤늦게 층수를 낮추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파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설치한 무선방위측정 장치가 정확한 방위를 측정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해, 이 장치 설치 지점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 지역에서 건축물이나 공작물을 건설하는 경우 해당 지역 전파관리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무선방위측정 장치란 다른 무선국이 발사한 전파를 수신해 해당 무선국의 방향을 측정하는 장치다. 이 근처에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이 들어서는 경우 전파 반사나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고도를 제한한다. 목조·석조·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앙각(무선방위측정장치 설치장소에서 해당 건물의 꼭대기에 선을 긋고, 이 선이 수평면을 이루는 각)이 3도 이상일 경우 건축 승인을 받을 수 없다.
강릉시에는 연곡면 방내리 147에 강릉전파관리소가 있다. ‘강릉 영진 코아루 휴티스 디오션’으로부터 직선으로 700여m 떨어져 있다. 하지만 강릉시는 이 단지가 무산방위측정장치 보호구역에 들어서 고도 제한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건축 인허가 및 분양 승인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당초 29층이던 아파트가 전파관리소의 층수 삭제 요구에 따라 25층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에 강제로 분양계약을 취소 당한 당첨자 8명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행정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치고, 애꿎은 시간까지 날려버린 것. 시행사가 이들에게 계약금 배액배상을 제시하긴 했지만 기회비용 보상이나 청약통장 부활 여부 등과 관련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도 행정처리 미비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아파트 3곳이 화제가 됐었다. 일명 ‘왕릉뷰 아파트’. 조선 왕릉인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문화재청 허가를 받지 않고 아파트를 짓다가 층수 삭제 위기에 놓인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 ‘검단신도시 디에트르에듀포레힐',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 총 3400여가구다. 건설사들은 왕릉 조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상층부를 철거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다만 아직 재판부가 명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아 실제로 아파트 층수가 깎일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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