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17 04:10
[땅집고] “소득이 늘어난 만큼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집값이 안정될 겁니다. 지금처럼 집값이 올랐을 때가 낙후지역을 개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2018~2020년 서울시 부시장을 지냈던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땅집고 인터뷰에서 “1970년대 강남 개발 이후 강남 집값이 뛰었듯이 비 강남 지역을 정부 주도로 집중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1987년 기술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에서 주택건축국장·도시재생본부장·행정2부시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 모교인 연세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을 돌아보고 대안을 제시한 책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를 냈다.
-최근 출간한 책에서 ‘서울시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앞뒤 맥락 없이 숫자로만 답한다면 ‘부족하지 않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매년 평균적으로 8만 가구 정도의 주택이 신규 공급된다. 2016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2015년 8만 가구, 2016년 8만 가구가 각각 공급됐다. 매년 서울 인구에 비례해 적절하게 공급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공급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2016년 이후 양질의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고 분화하는 가구 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결국 유효한 공급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2016년에 양질의 주택 수요가 늘었다고 보는 이유는.
“집값이 2008년부터 2013년 8월까지 꾸준히 하락세였다. 그런데 2010~2018년 국민소득은 50% 가까이 올랐고, 개인 소득도 40%쯤 늘었다. 그런데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2014~2015년까지 영향을 미쳤고 2016년부터 주택 수요가 서서히 늘어났다. 여기에 초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유동자금 3000조원 중 1500조원 가량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부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주택 정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여의도와 용산지역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세우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2018년 7월 박원순 당시 시장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마치 해당지역 전체를 신도시처럼 수용하는 방식으로 ‘통개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때 용산, 여의도 일대 집값이 급등했고 결국 개발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했다.”
-서울시 주택 공급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집값이 높을 때를 이용해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고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을 좀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특정 지역에 힘을 실어 개발하는 방식도 다시 한 번 사용해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강북 집값이 강남보다 더 높은 곳도 있었다. 1970년 남서울개발계획을 만들었고 이후 30년 만에 강남이 지금처럼 발전했다.”
-내년 집값은 어떻게 될까.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2022년 집값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이 집값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재 연 5%까지 올랐는데 금리 인상에 따라 6~7%까지 오른다면 빚을 과도하게 내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은 타격이 심각해질 것이다. ‘하우스푸어’(집 가진 거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을 당시 금리가 6~7%였다. 영끌족들이 하우스푸어가 되는 건 한순간이다. 인구 수나 가구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 같지 않고, 코로나19 때문에 소득도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다.”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우선 세제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 거래세(양도소득세)를 대폭 낮추고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는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종부세 폭탄’이라는데 작년만 해도 종부세 때문에 매물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양도세가 부담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종부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다만, 양도세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양도세 인하에 소극적이다. 당장 인하하지 못해도 장기적으로는 양도세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눈앞에 닥친 수도권 집값 문제도 해결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서울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지방 같은 경우 전남 광양, 울산, 전북 군산 등 거점 지역을 기업도시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단, 유인책 수준이 아니라 아예 기업한테 땅을 주는 수준의 파격적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10년, 20년, 30년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서울 집값 문제 해소에만 매달리면 부동산의 구조적인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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