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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딱풀로 붙인 건가ㅠㅠ" 기막힌 LH 임대주택 상황

    입력 : 2021.12.16 07:12 | 수정 : 2021.12.16 12:02

    [땅집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LH가 공급한 매입임대주택 '해밀' 벽면 타일이 탈락해 깨져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땅집고] “LH 매입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벽이 무너졌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공급한 매입임대주택 ‘해밀’. 당초 경기 성남시 주민인 김모(59)씨가 2019년 완공한 5층 규모 신축 빌라인데, 그해 말 LH가 사들여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세를 주고 있다. 올해 초 이 단지에 입주한 A씨는 최근 현관문 밖을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계단 쪽 복도 벽면에 붙어있던 큼지막한 타일이 떨어져 깨지면서, 온 바닥이 날카로운 타일 파편으로 뒤덮인 것.

    A씨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복도에서 뭐가 떨어지고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었는데, 그냥 외부 소음인줄 알고 무시했다가 외출할 때 밖에 나가보니 벽이 무너져 있었다”라며 “이미 깨진 건 고사하고, 곧 떨어지게 생긴 타일들도 있다. 혹시 사람이 지나가다 걸리면 크게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땅집고] '해밀' 빌라 내 다른 벽면 타일도 거의 떨어져 나갈 것처럼 솟아올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실제로 A씨가 게시한 사진에 따르면 이미 깨진 계단 벽면 타일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 있던 타일 역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상태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 사이에선 “너무 무섭다, 시공을 제대로 안한 것 아니냐”, “타일을 거의 풀로 붙인 것 같다”는 등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해밀’ 빌라 사례를 계기로 LH가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품질이 유독 떨어지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국 곳곳 매임임대주택 입주민마다 부실 시공이 의심된다며 경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것. 현재 매입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라는 B씨는 “우리 집도 한 집에서부터 타일 바닥이 물에 젖은 것 마냥 색이 진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층 전체가 다 그렇다. 너무 날림으로 짓는 것 같다”고 했다. C씨 역시 “내가 예전에 살던 빌라도 저렇게 벽체가 떨어지더라. 날씨가 추워지니 많이 부서지고 떨어졌다”고 전했다.

    [땅집고] LH가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 기준. /이지은 기자

    매입임대주택이란 민간이 건축한 주택을 LH가 사들여 저소득층이나 청년·신혼부부·다자녀가구 등에 임대하는 집을 말한다. ▲가구별 주거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다가구주택, 공동주택(다세대·연립·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이면서 ▲건물사용승인일 10년 이내인 주택(아파트·오피스텔은 15년 이내)을 주로 매입한다. 민간이 주택을 사달라고 요청하면 LH가 서류심사와 현장조사를 거친 뒤 매입심의위원회에서 대상 주택을 선정하고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LH가 매입임대주택 현장조사에서 작성하는 평가표 항목은 다음과 같다. ▲건물 관리 정도 40점 ▲공부상 건물 경과연수 12점 ▲생활편의성 30점 ▲유지관리 및 임대 적합성 10점 ▲향후 개발가치 8점 등이다. 총 100점 만점인데, 최저 기준인 60점을 넘기면 매입 가능하다. 하지만 주택 품질과 직결되는 ‘건물관리정도’ 항목 배점이 40점에 불과해, 주택 내구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구조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땅집고] LH가 매입임대주택 매입 전 현장조사시 작성하는 종합 평가점수표 항목 및 배점. /이지은 기자

    실제로 건축 시공업계 관계자들은 ‘해밀’ 빌라 벽 타일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을 보면 벽면에 접착제가 하나도 안 붙어있는데, 전형적으로 시공 과정에서 기본도 지키지 못한 경우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 땅집고 건축주대학에서 시공업계 베테랑으로 꼽히는 김양길 제이아키브 대표는 “우선 겨울 등 기온이 낮은 상황에선 접착제가 수축하면서, 접착제가 타일에만 붙고 벽에는 제대로 붙지 않는다”며 “시공 관리자가 추운 날 타일 시공하면 안된다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건축주가 품질이 떨어지는 접착제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는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접착제 종류와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저렴할수록 탄력성이 덜해 타일이 벽에 잘 달라붙지 못하면서 결국 떨어져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땅집고] LH는 2019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해밀' 빌라를 매입했을 당시 타일이 제대로 시공돼있었기 때문에 하자라고 평가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로드뷰, 대법원 등기부등본

    이 같은 지적에 대해 LH 관계자는 “주택 매입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할 때, 건물에 균열이 가 있는 등 구조체적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타일 등 미장의 경우 현장에서 깨져있지 않은 이상 정상적으로 시공됐다고 평가한다”라며 “미장의 경우 온도·습도 등 환경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접착 강도를 평가하려면 시공 후 1년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LH는 매입임대주택에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 민간 건축주가 일정 기간 보증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해밀’의 경우 타일 시공 하자보증기간은 완공일인 2019년으로부터 3년간이다. 입주자 A씨가 타일 하자보수를 요청해, 건축주가 이미 보수를 마친 상태다.

    LH 관계자는 “최근에는 ‘매입 약정방식’으로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일반 매입임대 방식과 달리 민간 건축주에게 모든 건축과정을 맡기지 않고, LH가 설계와 시공까지 참여하면서 관리감독하는 방식이라 하자율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문제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지은 건축주에게는 관련 규정에 따라 패널티도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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