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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숴라" 문화재청은 강경한데…장릉 옆 아파트 운명은

    입력 : 2021.12.14 15:38 | 수정 : 2021.12.14 16:22

    [땅집고] 지난 10일 법원이 조선 왕릉인 김포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 2곳(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이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3개 건설사의 아파트 공사가 모두 재개됐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는 지난 9월 30일 문화재청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3개 건설사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대방건설이 낸 같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이미 인용돼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땅집고] 김포 장릉 인근에 공사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 / 김지호 기자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은 행정소송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 행정명령(공사중지)으로 인해 당사자에게 막대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내려지는 것으로, 가처분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곧 집행정지 명령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본안 소송의 판단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본안 소송 결과를 예측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법원 판결이 있기 하루 전인 9일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개선안에 대한 현상변경 재심의에서 결과를 ‘보류’하고 사실상 “아파트 상층부를 철거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은 문화재청이 건설사들이 제출한 개선안을 놓고 진행한 현상변경 심의 결과와 크게 3가지 부분이 상반된다. 문화재청과 법원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봤다.

    쟁점① 법원 “수분양자들의 피해 너무 커”…문화재청 “기술적으로 철거 가능”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대상 건축물이 준공되기를 기다리면서 임시로 다른 곳에서 거주해야 할 수분양자들이 입을 재산적 또는 정신적 손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손해가 모두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한 손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파트 공사 중지로 인해 수분양자들이 입을 피해가 워낙 커서 공사를 당장 중단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본안 소송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법원은 또한 “공사중지로 인해 입주민들이 입을 피해와 문화재 보호라는 공공복리 양자를 비교해야 하는데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상대적 기준에서는 입주민들이 희생해 공공복리를 옹호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땅집고] 왕릉 인근에 공사 중인 아파트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과 법원의 판단. / 김리영 기자

    반면 문화재청이 내린 공사 중지 명령에는 수분양자들의 피해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문화재청이 행정소송 본안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철거로 인해 수분양자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문화재청은 아파트 상층부를 철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쟁점②아파트를 부수면 경관이 개선되는가? : 문화재청 “개선된다” VS. 법원 “이미 조망 훼손됐다”

    문화재청은 “시뮬레이션을 검토해본 결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립돼 있는 건축물이 조망되지만, 3개 아파트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이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사중지 집행정치 가처분을 인용하며 “이미 3개 아파트 앞·뒤편에 준공했거나 공사중인 고층 아파트들이 존재해 철거되더라도 ‘혼유석(봉분앞에 놓는 장방형 돌) 쪽에서 바라보는 조산의 조망’은 일정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땅집고] 김포 장릉에서 바라본 검단신도시 아파트. / 박기홍 기자


    쟁점③ 법원 “건설사 존립 장담 못한다” vs. 문화재청 “검토 중”

    재판부는 “공사가 중지된 상태로 본안 소송이 진행될 경우 건설사들이 회사의 존립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분양자의 물질적, 정신적 손해도 금전으로 보상 가능한 손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 현상변경 심의에서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입장과 기존 건축물간 관계를 고려할 때 건축물 상층부를 철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재청이 본안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건설사 피해가 보상 가능한 수준이라거나, 혹은 건설사가 파산하는 한이 있더라도 문화재 경관을 보호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상황이다.

    ■ 본안소송 쟁점은 “건설사가 문화재 보호법 위반했는지 여부”

    법원은 판결문에 “행정처분의 효력정지나 집행정지를 구하는 신청 사건에 대해 판단한 것이고, 행정처분 적법 여부는 본안 재판의 심리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직 본안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만약 법원이 본안소송에서도 공사 중지에 대한 판결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아파트 입주는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문화재청이 이번 가처분 인용을 계기로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공사 중단이나 철거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청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고할지 여부를 비롯해 본안 소송에서 다룰 쟁점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공사중지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과 행정소송 본안에 대해 재판부는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아닌지에 관해 본안 판단은 하고 있지 않고 있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재판부가 건설사들의 문화재법 위법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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