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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마을에 하얀 미니궁전을 세우다…리모델링의 힘

    입력 : 2021.12.14 11:06 | 수정 : 2021.12.15 07:13

    지난 4~5년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 마포구 연남동.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선 숲길공원 옆에 형성된 상점가를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좁은 골목길 끝에 흰색 빌딩을 마주한다. 자동차는커녕 사람 둘이 교행하기도 힘든 골목 안쪽에 들어선 건물인데도 연남동에서는 랜드마크로 통한다. 이유가 뭘까. 뾰족 지붕과 하얀 외관 덕분이다. 대지면적 226㎡, 지상 4층 규모인 이 건물은 뾰족하게 솟아 오른 박공 지붕을 달았다. 건물 옆면엔 하얀 바탕에 숫자 ‘5′를 거꾸로 새겼다. 그래서 건물 이름도 ‘파이브’다.

    김종석 땅집고 리모델링건축센터 센터장(오른쪽)이 설계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파이브’. 노후 주택가 한가운데 있던 2층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담은 4층짜리 근린상가 건물로 완성했다. /이한울 작가·조선DB

    이 건물은 원래 지은 지 40년쯤 된 2층 단독주택이었다. 김종석 에이티쿠움파트너스 대표(땅집고 리모델링건축센터 센터장)이 2개층을 위로 올려 4층으로 증축 리모델링을 했다. 현재 1층은 카페, 2층은 디자인 쇼룸, 3~4층은 주택 겸 디자인 설계 회사 작업실로 쓸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서울 강남과 성수동, 서대문구 연희·연남동 일대에 100채 가까운 건물을 리모델링한 장인이다. ‘연희동 카페거리’를 조성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외벽은 모두 흰색…강렬한 미니멀리즘 구현

    파이브의 특징은 ‘단순함’이다. 건물 전체에 어떤 간판이나 장식도 없다. 콘크리트 외벽은 흰색 페인트로만 마감했다. 꼭대기 층 창문도 조그맣다. 그런데 주변에 낡은 주택이 다닥다닥 있다보니 오히려 눈에 잘 들어온다. 김 대표는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미니멀리즘’으로 주목받는 유영규 클라우드앤코 대표와 협업해 파이브 건물을 디자인했다. 파이브는 클라우드앤코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건물에 새긴 숫자 ‘5′의 음각 디자인은 세계적인 의류 디자인 브랜드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켄야가 유 대표에게 선물한 로고다.

    김 대표가 기존 건물을 신축하지 않고 리모델링한 이유는 부지 위치 때문이다. 건물 전면은 도로에 접하지 않고, 나머지 3면도 모두 주택에 둘러싸여 있다. 도로에서 폭 2m 남짓한 골목길을 20m 정도 들어가야 건물이 나온다. 자동차 진입은 불가능하다. 저층부에 햇볕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웠다. 신축하면 현행 주차법을 적용받아 연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김 대표는 고심 끝에 신축 대신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대신 건축적 완성도와 경제성을 살리기 위해 2개층을 더 올리기로 했다. 그는 “유영규 대표와 협업해 증축 공간은 노출 콘크리트로 단순하면서 효율적인 공간을 확보했고, 빛이 잘 들지 않는 저층부에는 큰 창과 테라스를 만들어 개방감을 확보하는 설계를 완성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통상 리모델링시 기존 건물의 재료와 색감을 그대로 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이브는 기존 건물의 1~2층 벽돌 외벽을 증축하는 3~4층과 같은 흰색 페인트로 칠했다. 김 대표는 “오래된 동네에서 흰색이 주는 강렬한 색감을 최대한 살려 건물 전체에서 디자인적 단순함이 돋보이도록 했다”면서 “화려하지는 않아도 낡은 주택이 모인 연남동에서 갓 뽑아낸 하얀 솜사탕처럼 도드라져 보이게 됐다”고 했다.

    ◇좁은 진입로엔 조약돌과 나무 심어 ‘숨통’

    두 개층을 증축하면서 낡은 기존 주택 골조는 꼼꼼하게 보강했다. 기존 벽체는 살리돼 철골로 보강하고 기초가 없는 바닥 공간을 콘크리트로 채워 평평한 구조로 기초를 잡았다. 2층 바닥 구조는 워낙 노후해 더 투텁게 보강했다. 김 대표는 “1·2층 외벽은 기존 벽돌을 그대로 사용했고, 미장만 다시 했다”며 “벽돌로 된 노후 건물은 미장만 새로 해도 응고되는 과정에서 벽체가 단단해지고, 습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1층과 2층 바닥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는데, 바닥면을 한 번 더 갈아 다듬는 작업을 진행했다.

    파이브의 또 다른 매력은 전면 도로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짧은 진입로다. 김 대표는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진입로에 조약돌과 나무를 심어 과하지 않은 조경을 했다. 폐쇄적이던 길이 기분 좋게 오갈 수 있는 길로 바뀌었다. 이 길은 파이브 1층 카페 테라스와 연결되는 통로 역할도 하지만, 이웃 건물에도 숨통을 틔어 주는 공간이 됐다. 건축할 때 주변 공간과의 조화를 우선 순위에 두는 김 대표 설계가 잘 드러난 부분이다. 김 대표는 “내 공간을 이웃에게 살짝만 내어주면 내 건물도 살고 이웃 건물도 살아 주변 공간에 예전에 없던 에너지가 생겨난다”고 했다.


    <땅집고 리모델링 센터에서 신청하세요>

    ‘땅집고 리모델링 건축센터’에서 사업 신청을 받는다. 단독주택, 다가구·다세대주택, 일반 중소형 빌딩, 나대지 가설 건축물 등 낡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주가 신청할 수 있다.

    리모델링 건축은 신축보다 건축비가 30~40% 정도 저렴하고, 용적률과 일조권 규제가 느슨했던 옛 건축법을 그대로 적용받아 신축보다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어 최근 도심에 낡은 건축물을 소유한 건축주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땅집고 리모델링센터에선 기존 주택이나 꼬마 빌딩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해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고, 임차인이 선호하는 건물로 만드는 건축 사업을 진행한다. 우리나라 리모델링 건축 업계의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김종석 에이티쿠움파트너스 대표가 땅집고 리모델링센터 소장을 맡아 기획, 입지 분석, 설계와 시공까지 ‘원 스톱’ 설루션을 제공한다. 땅집고건축 사이트(www.zipgobuild.com/event2)나 전화(02-724-6396)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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