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14 07:06 | 수정 : 2021.12.14 08:47
[땅집고]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짓는 3400여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힐스테이트 더 운정’ 분양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달 초 청약 접수를 진행해 당첨자를 발표하고 계약까지 진행했으나, 국방부가 파주시를 상대로 법원에 ‘주택건설사업승인 및 분양신고수리처분 등에 대한 취소 청구와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고층으로 지어지는 이 단지가 들어설 경우 방공 군사작전이 불가능한데도 파주시와 시행사가 국방부와 사전 협의를 생략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파주시와 더운정 시행사 측은 “운정신도시는 이미 10년 전에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돼 국방부와 사전협의를 할 법적인 근거도 없는데, 국방부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파주 운정신도시 P1·P2블록에 지하 5층~지상 49층 13동 총 3413가구(아파트 744가구·오피스텔 2669실) 규모로 짓는 대규모 주거시설이다. 경의중앙선 운정역 초역세권인데다 대형 건설사가 짓는 단지라 지역 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았다. 지난 1일 오피스텔 2669실에 대한 청약을 먼저 진행한 결과, 총 2만7027명이 청약해 평균경쟁률 10.1대 1로 마감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래로 파주시 최고 경쟁률 기록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의정부지법이 “2022년 1월 5일까지 파주시가 이 단지 분양과 관련해 내렸던 모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하면서 분양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국방부는 지난 11월 26일 “해당 건축물이 완공되면 인근 황룡산 방공진지의 방공작전에 심각한 제한이 발생한다”며 파주시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함께 이 단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2021년 4월 22일), 주택건설사업계획변경승인(2021년 6월 25일), 분양신고수리처분(2021년 11월 23일)을 모두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국방부 “고층 아파트 짓는데 왜 사전협의 안해” VS 파주시·시행사 “이미 10년 전 얘기”
그동안 국방부와 파주시, 사업자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 건설 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국방부는 사업지로부터 불과 1.7㎞ 떨어진 곳에 황룡산 방공진지가 있는데, 통상 방공진지로부터 3㎞ 이내에 높이 131m 이상 건축물이 있으면 사격 제한, 레이더 탐지 제한, 진지 노출 등으로 정상적인 방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높이는 194m로 황룡산 방공진지보다 63m나 높아 군사작전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또 운정신도시가 2004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 곳에서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사업 인허가로 인해 발생할 군사작전적 영향 등에 대해 관할부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파주시와 시행사가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파주시와 시행사인 하율디앤씨는 “국방부가 주장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 10년 전 얘기를 지금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국방부는 2008년 9월 운정신도시 일대를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현행 법상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면 건축물 인허가 때 군부대와 사전 협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파주시는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사전협의 의무가 사라지는데, 국방부가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한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감사원에 사전감사 컨설팅을 요청, 감사원으로부터 “‘힐스테이트 더 운정’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군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황룡산 방공진지 인근에 힐스테이트 더운정보다 훨씬 높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기도 하다.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황룡산 반경 3㎞ 안에 있으면서 최고 59층, 230m로 ‘힐스테이트 더운정’보다 50m 나 더 높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별 다른 사전협의 없이 건축에 들어가 2013년 입주를 마쳤다.
■ 접경지역 차별논란도…“차라리 운정신도시를 다시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
계약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갑자기 사업이 중단되면서 시행사와 수분양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다만, 현재 상황은 법원이 사업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국방부·파주시·시행사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어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 오는 15일 국방부와 파주시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출석해 ‘힐스테이트 더 운정’ 건축물 높이 조정 등 분양사업과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어 21일에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심문기일에 파주시가 참석해 법원의 집행정지 처분에 대해 반론할 예정이다.
파주·연천·문산·동두천 등지는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으로 수십년간 군사적인 이유로 기업활동과 개발행위에 엄격한 규제가 적용됐다. 그 결과 이들 지역은 경기도의 대표적인 저개발 지역으로 남게 됐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접경지역 차별’ 논란이 이어졌다. 그나마 2000년대 초반 운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접경지역의 유일한 신도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번에 국방부가 다시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파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다시 ‘접경지역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운정신도시 주민 A씨는 “이런 식으로 계속 규제할 것이면 차라리 운정신도시를 다시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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