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13 13:30
[땅집고]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3구역 재건축사업’ 수주 과정에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홍보전이 과열되면서 경쟁사에게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제안서의 위법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도시정비사업 실적 1위를 노리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10월 초 부임 이후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간 자존심 대결이 재건축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18일 시공사 입찰을 마무리한 고잔3구역은 오는 12월21일 총회를 개최하고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중 한 곳을 시공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665-1 일대 고잔3구역 재건축 사업은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13동 1145가구를 짓는다. 공사비 규모는 2600억원 수준이다.
입찰 마감이 가까워지면서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간 경쟁도 과열 조짐이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합원 간 반목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SK에코플랜트에 대해 금품살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지지하는 고잔3구역 조합원 A씨는 “SK에코플랜트 직원이 조합원에게 고가의 영양제와 굴비, 한우 선물을 돌리면서 현대건설 비방 홍보물을 건네고 있다”면서 “몇몇 조합원에게는 현금까지 건네려 했지만 거부하고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땅집고 취재결과, 일부 조합원들은 받은 금품과 명함을 증거물로 사실확인서까지 작성해 조합에 제출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SK에코플랜트가 불법 행위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조합원들이 SK에코플랜트로부터 “사업촉진비 1500억원을 고정금리 2.3%에 대여해 이를 추가 이주비로 쓸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 이는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불법 소지가 있다고 현대건설 측은 주장한다.
SK에코플랜트는 고잔3구역은 오랫 동안 관심을 가져온 사업장일 뿐, 어떠한 위법 행위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금품살포 의혹은 현대건설 측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은 일부 조합원들이 지어낸 비방전 내용 중 하나일 뿐”이라며 “오히려 현대건설이 일부 조합원과 결탁한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은 ‘분담금 0원’ 제안이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합원 분담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일반분양가를 단원구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힐스테이트 중앙’의 시세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힐스테이트 중앙은 고잔3구역에서 1.16㎞로 멀어 분양가 산정시 비교 단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 산정할 때 사업장 기준 반경 500m 이내로 지정하고 있다. 해당 반경에 비교사업장이 2개 이하일 때는 반경 1km 이내 사업장까지만 확대할 수 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현대건설 측에 ‘힐스테이트’ 대신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현대건설이 이를 거절한 것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힐스테이트도 올해 10월 아파트 브랜드 평판 1위를 기록할 만큼 품질과 인지도가 보장된 브랜드이고, 고잔3구역 인근인 ‘힐스테이트 중앙’이 지역 대장주 아파트여서 브랜드 인지도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분담금 0원’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연말을 앞두고 연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잔3구역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해 대부분 건설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이미 달성해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지만 양사는 이 사업을 반드시 따내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GS건설, 포스코건설과 도시정비사업 실적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잔3구역을 놓치면 GS건설에 단 수백억원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 주택사업본부 출신인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입장에선 올해 실적 1위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어 고잔 3구역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사업에 몰두하느라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 주택사업에 대한 막판 성과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10월 박경일 사장 부임 이후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도시정비사업 실적 1조원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업 수주가 필요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올해 클린수주가 자리잡았고 과열 경쟁 없이도 충분히 성과를 올렸는데, 연말에 두 업체간 과열경쟁이 업계의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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