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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싹 다 망했어요"…코로나에 참혹하게 무너진 대학로

    입력 : 2021.12.13 07:06 | 수정 : 2021.12.13 09:24

    [2021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연극 메카' 대학로…빌딩 공실률 역대 최고

    [땅집고] 지난 12월 10일 찾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일대.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임대 나온 지하 소극장도 볼 수 있었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코로나 이후 극장 찾는 발길이 1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었어요. 공연계는 연말이 대목인데 정말 막막합니다.” (대학로 소극장 운영 관계자 A씨)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연극 메카’로 불리던 대학로는 금요일 오후에도 한산했다. 지하철 혜화역 2번 출구 앞 스타벅스에서 골목 끝까지 이어지는 약 200m 거리에 텅빈 1층 점포만 7곳에 달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지하 소극장도 눈에 띄었다.

    대학로 상권이 코로나 사태로 벼랑 끝에 몰렸다. 문닫는 공연장과 점포가 속출하자, 견디지 못한 건물주들은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2년 가까이 사실상 공연이 중단되면서 대학로 상권 전체에 손님이 끊겼다. 상인들은 코로나 사태가 언젠가 끝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지만, 이미 최근 들어 신흥 상권에 밀려나고 있던 대학로가 옛 명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땅집고] 대학로 메인상권으로 불리는 지하철 혜화역 2번출구 뒤쪽 연극 거리. 공연장 옆 1층 점포는 비어있다. /박기람 기자

    ■ 코로나에 휘청이는 ‘1세대 상권’ 대학로

    성균관대에서 마로니에공원까지 이어지는 대학로 일대는 한국 최초의 대학가, 소극장 최대 집결지로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1세대 상권 중 하나다. 혜화동에는 원래 서울대 동숭동 캠퍼스가 있었는데 1975년 의과대학을 제외하고 관악캠퍼스로 떠나면서 대학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로에는 500석 이하 소극장만 160여곳이 생겨났다. 공연 관람객뿐 아니라 성균관대 등 인근 대학생과 유학생, 직장인까지 몰려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대학로를 떠받치던 공연계가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권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대학로 소극장 관계자 A씨는 “코로나 이전까진 하루 150석 공연을 4회씩 돌려도 늘 만석이었는데, 이제 평일 공연을 3회로 줄였다”며 “최근 몇주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상황이 더 나빠져 1회당 10명을 채울까 말까한 정도”라고 말했다.

    공연장과 인근 식당·카페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공실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분기 혜화동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9%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1분기 이래 가장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19년3분기 15%로 최고치를 찍은 뒤 10%대를 오가다가 올 3분기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김천겸 대학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연극 보러 오는 관객이 줄들면서 개인 카페와 옷가게 같은 작은 상점이 많이 문을 닫고 대형 프렌차이즈만 겨우 살아남았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혜화동 대학로 상권 지도. /박기람 기자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대학로 상권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 대학로는 공연장 외에 별다른 매력이 없어 클럽 문화가 발달한 홍대 인근이나 ‘레트로’ 유행과 함께 인기를 끈 익선동·을지로·성수동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과거 놀거리가 별로 없었던 시절 대학로는 매우 특수한 곳이었다”면서 “이제는 놀거리가 많아져 취향이 까다로워진 젊은 소비층을 끌어당기지 못한다”고 했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학로는 레트로라고 하기엔 어중간하게 오래된 상권이라 요즘 세대에게 어필이 안되고 있다”며 “연극 말고는 개성이 없다보니 연극이 죽으면서 바로 상권도 죽은 것”이라고 했다.

    ■“공실 늘면서 빌딩 매물 늘어…매매가격은 안 떨어져”

    [땅집고] 서울 혜화동 일대 중대형상가 공실률. /한국부동산원

    대학로에는 최근 빌딩 매매건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공실을 견디지 못한 건물주들이 줄줄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동숭동(대학로) 업무상업시설 거래량은 모두 11건으로, 2006년 1월 이래 가장 많다. 2010년 0건 등 그동안 많아 봐야 연간 6건 안팎이었는데, 올해 처음 10건을 넘겼다.

    지금도 총 11개 빌딩 매물이 나와 있다. 대부분 대학로 핵심 입지다. 대부분 공연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 팀장은 “대학로에는 지하에 아트홀을 낀 건물이 많아 건물주가 극단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며 “상권은 힘든데 건물가격이 아직도 과거 수준을 유지하려다보니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거래된 건물의 토지기준 매매 평당가는 8642만원으로, 작년(6806만원)보다 높았다.

    [땅집고] 대학로 일대 업무상업시설 거래 현황. /밸류맵

    ■ “신선하고 다양한 콘텐츠 없으면 상권 회복 어려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대학로 상권이 어느정도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는 있다고 본다. 신동석 원빌딩 본부장은 “건물주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대학로 상권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면서 “코로나가 종식되면 고객들이 다시 공연장과 극장이 포진한 대학로로 모이면서 상권도 일정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극 의존적인 상권 성격을 바꿔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요즘 세대들은 자랑할만한 공간에 가면 인스타그램에 #해쉬태그를 달아서 사진을 공유하는 문화를 즐기는데, 대학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면서 “소위 인스타용 식당이나 디저트 카페 같은 핫플레이스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ki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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