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12 11:09
[데이터로 읽는 부동산] ⑮종부세는 2%만 내고 98%는 무관한데 무슨 문제냐고?
[땅집고] “종합부동산세는 국민 2%만 내고 98%는 무관하므로 (종부세 폭탄은) 과장된 우려다.”
종부세 부담 급증 우려에 대한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의 발언을 듣고 황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2% 국민이라면 과도한 세 부담을 안아도 된다는 말인지는 차치하더라도, 2%의 국민만 종부세를 내니 98% 국민은 무관하다는 인식에 대해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200만명쯤 되니 2%라면 100만명 남짓입니다. 이 차관의 발언은 100만명만 종부세 부담을 질뿐 나머지 5100만명은 종부세 부담을 떠안지 않는다는 발언인 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럴까요. 100만명에게 종부세를 부과했다는 건 사실상 100만 가구에 종부세를 부과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종부세를 낼 정도의 가구라면 1·2인 가구보다 3인 이상 가구 비중이 높겠죠. 100만 가구에 종부세를 부과했다면 실질적으로 300만~400만명에게 종부세 부담이 생겼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종부세 부담을 지게 되는 인구 비중은 적어도 6%에서 많게는 10%까지 이를 겁니다.
‘상위 10%에게 추가로 세금을 징수해서 하위 90%에게 나눠준다면 조세 저항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한 대선 후보의 발언에서 보듯 상위 10% 수준의 조세 저항은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은 현 정부 인사들의 공통적인 생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재부 차관이나 되는 분이 종부세 고지서를 2%만 받으니 나머지 98%는 무관하다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숫자와 통계를 악용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습니다. 단적으로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집값 상승 이유를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근거로 2016년 5월 대비 2017년 5월 강남4구 주택 거래 현황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입 건수가 무려 53%나 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강남4구 주택 거래 현황에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 거래 비중이 84%에 달한 것은 철저히 숨겼죠. 5주택 이상 보유자 비중이 2016년 5월 2%에서 2017년 5월 3%로 늘어난 것을 가지고 53% 늘었다고 호들갑을 떤 것이었습니다. 2017년 5월 서울 집값 상승 이유는 취임사에서 언급한대로 거래 비중이 3%에 불과한 5주택 이상 보유자 때문이었을까요, 거래 비중이 84%에 달하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 때문이었을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현미 장관 시절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를 인용해 서울 아파트값이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불과 17% 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4년 동안 17%만 올랐다면 대단한 폭등도 아닌데 왜 26차례에 이르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를 인용해 2015년 2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 5년간 한국 집값이 1.6%만 올라 상승률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고도 어쭙잖은 위로를 합니다. 실제로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7%만 올랐고, 5년간 전국 집값이 1.6%만 올랐다면 ‘벼락거지’라는 말은 왜 생겼을까요.
종부세에 대해 첨언하자면, 조세 원칙 가운데 ‘국민개세주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국가의 국민된 도리로서 모든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죠. 헌법상 국민의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 교육의 의무에 더해 납세의 의무가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72%를 내고 하위 40%는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죠. 즉, 국민개세주의가 실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상위 10%에게 이보다 더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게다가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대로라면 시가 33억원인 아파트와 6억원인 아파트는 5.5배 시세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나 보유세는 2025년이 되면 73.5배 차이나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또 다른 조세 원칙 중 하나로서 모든 국민이 조세와 관련해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고 특정의 납세 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상위층 조세 부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부하면서 심지어 갈라치기까지 하는 듯한 대선 후보와 고위 공무원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특히 주택 공급이 부족한 데다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 매물 감소로 월세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기에 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안긴다면 필연적으로 세입자에게 조세 전가를 시도하게 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김현미 전 장관의 취임사 말미에 나오는 이 발언의 의미를 현 정부 관계자들이 곱씹어 볼 때입니다. /글=삼토시(강승우), 정리=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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