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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준다더니 현금청산?"…LH에 뒤통수 맞은 공공재개발

    입력 : 2021.12.09 10:43

    [땅집고] 2021년 12월 7일 촬영한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 성북1구역은 최근 LH가 공개한 분양신청우선권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공공재개발 동의서를 걷을 때는 분양신청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더니, 이제와서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다니요?”

    공공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에 2010년 지은 다세대주택을 보유한 A씨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분양 신청 안내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A씨가 보유한 주택이 2008년 7월 30일 이후 완공한 전용 59㎡ 이하 주택이어서 분양 신청 순위가 2순위로 밀리게 됐다는 것. 이 경우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폐지된 서울시 구(舊) 조례가 2008년 7월 30일 이후 지은 주택을 ‘신축’으로 보아 분양신청 우선 순위를 주지 않는데, 성북1구역 계획 수립 시기가 2004년이라 구 조례를 적용한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집을 지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2008년 이후 지은 주택은 ‘신축’이라서 분양신청이 안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상당수 주택 소유자들이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북1구역이 대표적이다. 2010년 조례 개정 이전에 계획이 수립된 구역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가운데 ‘2008년 7월 30일 이후에 지은 전용 59㎡ 이하 주택’을 가진 사람은 분양신청 순위 2순위가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주택 소유주들은 이 같은 분양 신청 우선 순위를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존 법률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개요. /장귀용 기자

    성북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은 성북구 성북동 179-68일대 10만여㎡ 부지에 건폐율 32%, 용적률 201.2%를 적용해 아파트는 1826가구를 신축하게 된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역세권으로 인근에 서울과학고, 경신고, 홍대부고 등 학군이 탄탄해 지역 주민 기대감이 크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성북1구역은 최근 LH가 내놓은 분양신청우선권 부여계획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행정소송과 고소 고발까지 예고한 상태다.

    LH는 2008년 7월30일 기준으로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를 ‘기존 권리자’, 이후를 ‘신규 소유자’로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분양신청우선권 순위를 부여했다. ▲기존 권리자, 그리고 ▲신규소유자 중 전용면적 59㎡ 이상 보유자가 1순위다. ▲신규소유자 중 전용면적 59㎡ 미만 보유자는 2순위가 됐다. 1순위자들이 주택 분양신청을 하고 남는 아파트가 있으면 2순위에 기회가 돌아간다. ▲2020년 9월21일 이후 신축 이전등기자는 3순위다.

    [땅집고] LH가 공개가 성북1구역 분양신청우선권 부여계획. 건축허가일을 기준으로 신청 순위를 매겼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위법성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북1구역 조합원 제공

    이런 분양 신청방식이 결정된 것은 도시정비법과 관련한 서울시 과거 조례가 2008년 7월30일 이후에 건축허가를 받은 곳은 ‘신축 건물’로 구분해 분양 신청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당시 조례에서는 ‘신축 건물’ 중 다세대주택은 주거전용면적이 60㎡를 넘으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지만, 그 이하는 원칙상 청산대상으로 정했다. 이 규정은 2010년 7월 조례 개정으로 삭제됐지만, 성북1구역 기본계획이 2004년에 수립된 만큼 구조례의 적용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성북1구역뿐 아니라 2010년 이전 기본계획을 세운 구역들에도 모두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동의율 확보 단계에서 청산 대상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해 반발한다. 성북1구역의 경우 17년간 사업이 정체되면서 2008년 이후에도 주택이 대거 들어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마치 모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해서 동의율을 확보한 다음 토지수용 이후 청산하려는 계획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성북1구역 신축협의회 관계자는 “이대로 사업을 강행하면 400여명 주민들은 아파트를 받는 줄 알고 사업에 동의했다가 길거리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허가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서 분양권을 차등 부여하는 것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재개발 사업은 토지등소유자들이 땅을 내놓고 그 땅의 가치(종전자산평가액)를 기준으로 새 주택을 받는다. 유재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종전자산평가액이 아닌 사유로 분양신청에 순위를 두는 것은 도시정비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고, 서울시 조례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LH는 기존권리자와 신축소유자 간 이해관계를 절충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서울시 구조례에 기존권리자와 신축소유자에 대한 구분이 명시돼 있고, 이를 적용한 분양계획에 위법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원칙상 최소 면적 기준으로 청산대상을 정해야 하지만 최대한 기존 주민 거주를 보장하기 위해 2순위와 3순위 신청자를 지정하게 됐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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