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어쩌다 여기가…" 처참하게 무너진 신촌·이대 상권

    입력 : 2021.12.06 07:26 | 수정 : 2021.12.08 13:10

    [2021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④청춘들 발길 끊긴 신촌·이대
    [땅집고]3일 찾은 신촌역 대로변 일대. 임대 딱지가 붙은 1층 상가점포가 곳곳에 보인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코로나 터진 뒤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확 줄었어요.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80%는 줄어든 것 같아요. 말도 못하게 힘들죠.” (이대역 인근 보세 옷가게 사장 A씨)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2호선 신촌역 앞. 신촌·이대 상권 핵심인 신촌역~이대역 대로변 거리는 금요일 오후인데도 지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신촌역 5번 출구에서부터 이대역 6번 출구까지 715m 거리를 걷는 동안 임대 딱지가 붙은 1층 점포 8곳이었다. 맞은편 상가들까지 합하면 1층 공실이 15곳이었다.

    과거 ‘패션의 메카’로 불렸던 이대역 앞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3번 출구에서 이대 정문까지 이어진 거리에 통으로 비워진 건물만 4채가 넘는다. 대로변의 1층 상가들도 곳곳에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사드(THAAD)와 코로나 사태가 연달아 터지며 신촌·이대 상권이 몰락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 상거래가 대세가 된만큼 화장품 등 소매점 비중이 높은 신촌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이웃한 홍대 일대가 2030세대 발길을 흡수하는 상권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 신촌·이대 상권의 미래는 더 어둡다. 전문가들은 일대 건물 가격이나 임대료가 대폭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땅집고]이대역 3번출구 바로 옆 1층 상가가 텅 비어있다. /박기람 기자

    ■ 한때 ‘강북 3대 상권’…위기의 신촌·이대

    신촌·이대 상권은 상권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종로·명동과 함께 '강북 3대 상권'으로 호황을 누렸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가 인근에 있는 대학가 상권이지만, 당시만해도 여의도·마포·시청 지역 직장인들까지 신촌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강남과 홍대에 클럽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신촌·이대 상권은 서서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옷과 화장품을 사기 위해 이 일대를 찾던 젊은 쇼핑객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현상까지 겹쳤다.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과 대학생들이 남아있었지만, 재작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권은 크게 휘청거리게 됐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신촌·이대 상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6%로, 서울 평균(9.7%)의 1.5배 정도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 4분기인 9.1%보다 5.5%p 높아졌다.

    [땅집고]신촌·이대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 현황./ 한국부동산원

    신촌·이대 지역의 건물 가격은 이웃한 홍대 일대에 거의 따라잡힌 상황이다. 밸류맵에 조사한 업무상업시설·단독다가구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신촌·이대의 1평당(3.3㎡) 매매가격은 2679만원으로, 같은 기간 홍대(1956만원)보다 37% 정도 높았다. 그러나 올해 10월 기준 신촌·이대의 평단가는 7452만원으로, 홍대(7010만원)와의 차이가 거의 차이가 없다.

    업무상업시설·단독다가구 거래 건수에선 홍대 지역이 더 활발하다. 신촌·이대상권은 2008년 70건에서 2016년 91건까지 늘어났다가 올해 57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반면 홍대의 거래건수는 2009년 98건이었다가 올해 241건을 기록하며 거래도 활발하다.

    신촌·이대 상권의 임대료도 하락세다. 이 지역의 건물주들은 임대료는 그대로 두고 ‘렌트 프리’를 몇 개월씩 주는 특약을 걸고 임대료를 억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점포에 따라 신규 계약 때 연간 5~6개월씩 랜트 프리는 주는 경우도 있다. 신촌 지역 공인중개사는 “데이터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임대료가 30~40% 떨어진 점포도 많다”고 말했다.

    [땅집고]신촌·이대 일대 상권 지도./박기람 기자

    ■ 고층 원룸촌으로 바뀐 이대 앞 풍경

    그나마 신촌역에서 연대 앞까지 이어지는 ‘신촌연세로’ 먹자골목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매출은 떨어졌지만, 인근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 고정층이 꾸준히 식당과 술집을 찾으며 상권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면서 화장품 로드샵이 문을 닫았지만, 그 자리에 곱창, 무인카페·상점 등 유행 업종 점포가 들어서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주변 대학생들이나 오피스텔 거주자들이 주로 찾는 지역 상권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땅집고]지난 9월 찾은 신촌연세로 먹자골목.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면서 문을 닫은 화장품 로드샵들이 눈에 띄었다. /박기람 기자

    현재 이대역 주변 상권의 점포는 약세지만, 곳곳에 고층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상권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 신촌역과 이대역 사이의 신촌JK글로벌공인중개사사무소 임진기 중개사는 “이대 상권은 상가가 있던 자리에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서면서 직장인들의 주거지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여의도·상암·마포 쪽에서 일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은 편이다. 임 중개사는 “상가가 나가면서 시행사들이 부지를 평당 6000만원 밑으로 사서 오피스텔을 많이 지었고, 지금도 오피스텔 시행 사업이 진행되는 곳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이대역 대로변 일대에 높이 솟은 오피스텔 건물들이 눈에 띈다. 한 때 '패션의 메카'였으나, 리테일 상권이 한 풀 꺾이면서 이대역 일대가 오피스텔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박기람 기자

    업계에서는 신촌·이대 상권이 코로나가 지나면 상권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당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학생 수요과 함께 오피스텔 거주자 수요까지 가세할 수 있어 새로운 성격의 상권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신촌·이대 상권이 과거처럼 단순한 대학교 앞 먹자상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건물주들이 주변 대학들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 마케팅이나 실험적인 팝업 스토어를 적극 유치하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권으로 변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

    피할 수 없다면 줄여라…종부세 절세 전략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