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04 04:24
[땅집고] 최근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전망지수는 94를 기록해 지난달(11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준점인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만이다. 주택 매매가격전망지수가 100을 밑돌면 2~3개월 뒤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3기 신도시를 비롯해 본격적인 주택 공급이 2025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도 한동안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유하룡 땅집고 에디터와 심형석 미국 IAU 교수는 유튜브 땅집고TV 가 진행하는 ‘유심 라이브’에 출연해 올 연말 이후 집값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하룡(이하 유) : 최근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가 1년 6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지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데요.
심형석(이하 심) : 우선 조사대상이 누구인지를 유심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매매가격전망지수를 조사하는 대상은 전국 공인중개사사무소 4000여곳 입니다. 실제 최근 부동산 거래가 작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공인중개사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라고 합니다.
최근 저희 우대빵연구소에서도 집계를 해봤는데요. 실제 팔려는 사람들은 꾸준한데 매물을 찾는 손님이 줄었어요. 부동산 중개업별로 월 평균 200명 정도 들어오던 손님이 100~15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팔려는 사람들은 그대로 숫자가 유지되는데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중개사 입장에서는 집값 하락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집값 상승률 수치를 보면 지난 10월 1.11%에서 11월 0.73%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매매가격전망지수 하락치는 눈여겨봐야 할 시그널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한두 달만으로 끝날지, 적어도 6개월 정도 이어지는 추세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 : 사실 최근엔 대출 규제가 워낙 강력해 서울에서 15억원 이상은 현금으로만 사야 하고, 9억원까지도 이제 지금 대출이 잘 안 나오는 상황이죠. 그런데도 어찌 됐건 거래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지금 주택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심 : 크게 둘로 양분됩니다. 우선 2030세대 실수요자들이 아직은 좀 저렴한 10억원 이하 아파트를 삽니다. 또 하나는 기존 집을 처분해 그보다 조금 비싼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입니다. 반대로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지난 6월까지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종부세 폭탄’을 맞은 다주택자들이, 특히 일시적 2주택자 가운데 최근 종부세 폭탄을 맞은 분들이 많습니다.
유 : 심 교수님은 집값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세요?
심 : 저는 내년 이후에도 한동안 상승할 것이라고 봅니다. 세금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어요. 여태까지 그랬던 사례가 없습니다. 집값을 안정화시키려면 무조건 공급이 대거 늘어야 하는데 3기 신도시에서 아파트가 아무리 빨리 공급된다고 해도 2025년입니다. 늦으면 2027~2029년입니다. 즉 이때까지는 대규모 공급은 거의 없어요. 특히나 서울은 2013년 8월부터 집값이 올랐는데요. 그 사이 아파트가 공급이 됐다지만 멸실이 더 많기 때문에 멸실 대비 공급량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유 : 최근 대출 규제라든지 금리인상 같은 요소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소위 ‘영끌’했던 젊은 2030세대들은 금리가 인상돼 이자 부담이 커지면 매도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심 :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현재 금리가 올라서 5% 된다고 해서 신규로 이자를 5% 내는 게 아니에요. 대략 1%포인트를 더 내시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만약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연 60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오르는 수준이에요. 기준금리가 한두 번 더 오른다고 해도 여전히 과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어서 당장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대출 총량 규제가 일시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 규제는 내년이 되면 다시 초기화되면서 풀리는 것이에요. 또 그동안 대출 규제가 엄격했기 때문에 사실 이번 총량 대출 규제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 :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부분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도 어렵습니다. 차라리 기존 주택 중 잠긴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 일정 부분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심 : 맞습니다. 현재 나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죠. 정부가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보낼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과연 지금 정부가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보유세는 정권 교체 여부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커요. 적어도 양도소득세는 일부 완화해야 시장이 좀 안정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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