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02 11:30
[땅집고] 최근 부동산과 관련한 국민 정서를 ‘몰빵’한 내용의 드라마가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월 초 방영을 시작한 ‘해피니스’다. 이 드라마 소개글에는 ‘감염병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 고층을 일반분양으로 저층을 임대주택으로 나눈 대도시 신축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 차별과 은근한 신경전을 그린 드라마’라고 적혀 있다. 대체 어떤 내용일까.
9급 공무원 경찰특공대 출신인 주인공 윤새봄(한효주). 가난하고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저축도 꼬박꼬박 해왔지만,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너무 높은 데다가 집값도 비싸 매번 좌절을 겪는다. 그러다 경찰특공대라면 공무원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임대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별공급 가산점을 받기 위해 형사 친구인 정이현(박형식)과 위장결혼하고 신혼부부가 된다. 그 결과 대도시인 세양시 신축 아파트 ‘세양숲 르시엘’ 501호에 입주할 기회를 거머쥔다.
하지만 막상 아파트에 입주하니 임대세대라는 이유로 별의별 차별을 겪는다. ‘세양숲 르시엘’은 고층은 일반분양, 저층은 임대주택 단지인데 이 같은 설계를 악용한 일반분양 주민들이 적지 않았던 것. 아파트 계단 비상문을 벽돌로 막아 임대세대가 고층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고, 헬스장 등 커뮤니티 시설도 이용할 수 없게 했다. 어느 날 사람을 물어뜯는 신종 감염병인 ‘광인병’이 아파트에서 발병하자 101동에서 최초감염자가 나온 데다 임대세대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다른 동 주민들로부터 출입문 봉쇄를 당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를 모티브로 삼았다. 먼저 윤새봄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위장결혼을 선택한 것이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 대상으로 부정 청약을 현장 점검한 결과, 위장결혼과 위장이혼 등 의심사례 197건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수도권에서 자녀 2명, 동거남과 함께 사는 40대 여성 A씨가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일 한 달 전 자녀가 3명 있는 30대 B씨와 위장결혼해, 수도권 아파트에 청약당첨된 사례가 적발됐다. 애초 서로 가정이 있는 남남이 아파트 청약당첨을 목적으로 서류상으로만 결혼했다는 얘기다.
한 단지 안에서 일반분양 세대와 임대세대를 차별하는 것도 실화다. 저층 임대세대에 사는 윤새봄이 고층 일반세대로 올라가려다 비상문에 벽돌이 쌓여있는 것을 본 에피소드는 ‘메세나폴리스’에서 발생했던 사건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랜드마크 주상복합으로 꼽히는 ‘메세나폴리스’는 최고 39층인데, 비상계단을 올라가다보면 10층에서 11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막혀 있다. 4~10층 임대주택과 11~39층 일반주택 동선을 분리해 둔 것.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대세대 주민들이 비상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대피하다가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구조라 “임대주택 사는 사람들은 다 통구이가 되어서 죽으라는 거냐. 차별이 너무 심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윤새봄이 단지 내 헬스장 사용을 거절당한 것 역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이다.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 흑석동 ‘동부센트레빌’ 입주자대표회의에선 임대아파트 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 허락을 맡았을 경우에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분양한 주택은 주택법, 임대주택은 임대주택법을 각각 적용받는데, 이에 따라 일반가구와 임대가구가 내는 관리비나 시설 유지보수비 등 비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라마가 재미있긴 한데 주인공이 겪는 차별이 실화라니 씁쓸하다”, “요즘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하기 힘들어졌는데 드라마가 남 일 같지 않다. 위장결혼이라도 해서 청약 당첨된 주인공이 부러울 정도다”는 소감이 쏟아지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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