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30 07:34 | 수정 : 2021.11.30 07:58
[땅집고] 지난 4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전세금 2억 3500만원으로 입주한 A씨. 그런데 지난 9월 A씨는 법원에서 빌라가 강제로 경매에 넘어가니 퇴거해달라는 고지를 받았다. A씨는 입주와 동시에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해 선순위 채권 자격을 얻었고 계약서 작성 당일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세입자로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는데도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A씨가 법원에서 통지를 받은 뒤 조사해보니 집주인은 계약 당일 미리 섭외한 노숙자 B씨에게 소유권을 넘겼고,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은 당일(이사일) B씨가 주택을 담보로 차용증을 쓰고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게 만들었다. B씨는 대출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
이렇게 되면 등기부등본엔 노숙자의 대출로 인한 근저당이 세입자보다 우선 순위로 올라가게 된다. 현행법상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부터 세입자의 대항력이 생긴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집이 시세의 70% 이하로 낙찰될 경우, 세입자보다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에게 낙찰 금액이 돌아가 세입자 A씨는 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최근 이처럼 집주인이 전·월세를 준 후 세입자가 전입신고한 날 소유권을 변경해 세입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범죄가 유행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처음부터 보증금 지급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대가를 지급하고 명의를 돌려 놓는 경우 새로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기도 어려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7·8월 두 달 동안 전국에서 전세보증금보험에 가입한 임차인 중 29명이 이러한 유형의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에서 접수된 13건 가운데 10건은 다세대주택·다가구주택이 많은 관악구나 금천구 등 서남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A씨와 같은 경우, 전세보증금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전세보증금보험 역시 전입 다음 날부터 임대인에 대한 대항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임대인이 전입 당일 제3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기면 임차인은 새로운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아도 전세보증금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황서현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이 같은 법은 소유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잔금일 하루 전 전입신고를 하거나 임대차 계약서에 잔금일 다음날까지 등기부등본 사항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약을 넣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공찬규 케이에스세무회계 대표 세무사는 “은행은 이미 전입신고된 내역이 있으면 전입세대 열람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잔금일 하루 전날 전입신고를 할 경우 집주인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임대차계약시 등기부등본 사항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특약을 넣어 내용이 변경됐을 시 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기를 당하고 난 뒤라도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이 전 임대인을 사기죄로 고소해 합의하는 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반환 받거나, 사기 혐의가 인정되면 이를 근거로 민사 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보증금을 떼먹는 경우 범죄자가 자신의 재산을 은닉한 경우가 돈을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정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사기죄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합의보다는 형사 고소를 하는 것이 보증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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