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30 07:24 | 수정 : 2021.11.30 10:46
[증여의 시대] 차용증 쓰고 이자도 꼬박꼬박 냈는데…증여세 폭탄 맞은 이유?
[땅집고]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3년 전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고민 끝에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했다. 급매물로 시세보다 1억원쯤 낮게 나온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취득했다.
A씨는 아파트 매입에 필요한 돈을 어머니로부터 빌리기로 했다. A씨는 2회에 걸쳐 돈을 빌렸고 빌릴 때마다 차용증을 작성했다. 현재까지 이자도 일부 갚았다. 그런데, 집을 구입하고 1년이 지난 후 국세청으로부터 A씨가 어머니로부터 빌린 돈을 ‘대여’로 볼 수 없다며 ‘증여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 차용증 쓰고, 상환 계획도 세웠는데 증여세 내라고?
A 씨는 어머니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빌렸다. 처음 빌린 돈의 원금은 1년 후부터 5년 동안 분할해 변제하기로 했고, 이자는 시중은행 대출 이자율과 동일한 정도로 설정해 원금을 변제할 때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1회분 원금과 이자를 지급했다. 이후 빌린 돈에 대해 원금은 10년 거치, 15년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이자는 은행 대출 이자율과 동일한 정도로 매월 지급하되, 초기 10년 거치기간 동안만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10년 거치, 15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차용증을 작성한 이유는 은행에서 장기담보대출을 할 경우 최장 30년간 분할 상환하고 있는 점을 참고한 것이다.
이렇게 차용증을 쓰고 상환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A 씨의 거래를 ‘증여’로 본 이유가 뭘까. 국세청의 처분이 옳고 그른지 따져보기에 앞서 우리는 세무 당국이 가족 간의 ‘대여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특수관계자 간 자금 거래가 금전소비대차 또는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 간 계약, 이자 지급 사실, 차입 및 상환 내역, 자금 출처 및 사용처 등 당해 자금 거래의 구체적인 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할 사항”이라고 본다.
즉,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정황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따진다는 것. 납세자와 세무 공무원 사이에 판단이 다를 경우 세무 공무원 판단에 따라 과세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 금전거래에 대해 어떤 경우에 과세하는지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국세청도 무턱대고 모든 가족 간 금전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법리와 상식에 따라 과세하고 있다.
■ 담보설정이나 채권확보 필요…타인보다 조건 더 엄격해야
세무 공무원이 A씨가 차용증까지 쓰고 이자를 지급하고 있던 대여금을 대여로 인정하지 않고 ‘증여’로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A씨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식당을 운영하면서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보다 신용카드로 쓴 금액이 많았다. 식당을 운영해 번 돈으로 어머니에게 빌린 자금을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둘째, 25년간 고액의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설정을 하거나, 등기 완료시 즉시 대출을 받아 상환하는 등 최소한의 채권확보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돈을 갚지 않을 때 A씨의 다른 재산 상태와 소득이 미미해 채권 확보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였다. 어머니가 빌린 돈을 회수하기 위한 실질적인 내용도 없었다. 이자를 10년간 지급하고 나머지 15년간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점도 통상적인 소비대차계약과 상당히 다른 방식이라고 봤다.
A씨는 아파트라는 실물 부동산을 소유해 집값이 상승하면 전세보증금을 올려받아서라도 이자를 지급할 수 있고, 원금도 아파트를 처분하면 변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국세청이 증여세를 물린 것이 억울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청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즉, 가족간 돈을 빌려주고 증여세를 안 내려면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처럼 대출 조건과 채권확보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국세청은 가족 간 돈 거래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타인에게 빌려줄 때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글=유찬영 세무사,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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