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25 07:11 | 수정 : 2021.11.25 07:34
[땅집고] 최근 유명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7)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쳐온 부동산을 연대기 형식으로 공개했다. 대학 자취생 때 살던 ‘곰팡이 반지하’ 방부터, 66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까지 두루 섭렵한 그는 “이사비, 복비, 자동차 값을 다 합하면 집 한 채는 샀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안84는 지난 18일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기안84 부동산 연대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7살부터 현재 37살까지 거쳤던 수도권 곳곳 주택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집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기안 84가 7살부터 17살까지 살던 곳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벽산’ 아파트다. 1989년 7월 입주한 11동, 740가구 규모 단지로 광교신도시 남쪽에 있다. 기안 84는 “방 3개짜리 28평에 살았는데 부모님과 할머니까지 총 네 식구가 거주했다”고 했다. 벽산아파트 28평(전용 92㎡) 집값은 올해 2월 3억3000만원에서 7월 4억1500만원으로 오른 뒤, 현재 5억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이어 기안 84는 “사랑을 많이 받고 윤택한 삶을 살았는데, IMF이후 집안이 휘청거리면서 현대코오롱아파트 24평 월세로 이사를 갔다. 웹툰 ‘패션왕’ 주인공인 우기명이 살던 집 구조가 바로 이곳”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당시 남의 집이라는 게 불안하더라. 계약 종료기간이 다가와 누가 집을 보러오면 어린데도 기분 안 좋았다”고 했다.
스무살 대학생이 되고서는 처음으로 자취 생활도 했다. 기안 84는 “대학교 등록금을 400만원씩 냈는데, 적응을 못해 학교에 안 갔다. 대신 노가다로 일당 8만원을 받았다”라며 “자취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3년 전 바로 옆집에서 한 번 더 살아봤다. 초심을 찾으러 간 건데, 몸만 골병이 들었다”고 했다.
군대 제대한 후로는 어머니가 경기 화성시 기안동에 마련한 ‘신미주아파트’ 꼭대기층에 살았다. 2004년 입주한 총 1164가구 규모로, 주변에 저수지와 농촌체험장이 있을 정도로 한적한 동네에 있는 아파트다. 올해 1월 2억4500만원에 팔리던 이 아파트 32평(전용 84㎡)가 지난달 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기안84는 “자연 속에 있으니 삶이 너무 평화로워 욕망이 사라졌다.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인생 승부를 봐야겠다 싶어서 서울 마포구 상수동 반지하로 갔다”고 말했다.
기안84는 당시 상수동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느낌이라,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반지하 주택 사진을 보여주면서 “장판이 있었는데 일부러 걷어내고 시멘트 돌바닥 위에서 그냥 살았다”고 했다. 동료 웹툰작가 이말년과 함께 살았는데, 3~4개월이 지나니 이말년이 결혼을 하겠다고 퇴거한 뒤로 홀로 하는 반지하 생활이 우울해졌다고 한다. 햇빛 없는 집에 사니 기분이 축 처지고, 바닥에서 곰팡이가 풀 자라듯 올라오기도 했다는 것.
이후 그는 강원도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다가, 2018년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평소 꿈꾸던 ‘드림 집’이 있어 전세로 살아보자 싶었다. 그래서 간 곳이 66층짜리 '메타폴리스’ 56평”이라며 “반지하 곰팡이 집에 살다가 헬스장, 도서관, 골프장 다 있는 56평 방에 오니까 열심히 산 것 같아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메타폴리스’는 2010년 입주한 총 1266가구 규모 주상복합 단지다. 지난 10월 이 아파트 56평(전용 128㎡)이 12억8000만원 최고가에 팔렸다. 현재 같은 주택형 전세 매물은 8억5000만~9억5000만원에, 월세 매물은 보증금 1억원에 임대료 260만원 선에 나와 있다.
기안84는 “그 때 함께 살던 어머니가 ‘난 도저히 너랑 못 살겠다’며 제주도로 내려가셨다. 그 쯤에 웹툰 마감을 못 지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에서 1년 동안 숙식했다”며 “내가 살았던 곳 중 가장 비싼 곳”이라고 했다.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의미다.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2010년 완공했다. 지하 7층~지상 28층 규모로, 건물 4면을 네이버의 상직색인 녹색 통유리로 마감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에도 기안84는 이사 6번 정도를 더 거쳤다고 했다.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오피스텔, 과천시 ‘과천주공4단지’ 등이다. 그가 집을 옮길 때마다 공중파 예능 ‘나혼자산다’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도권의 28평 신축 빌라를 전세계약해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안84는 웹툰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건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2019년 11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소재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상가를 46억원에 매입했다.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건물 값이 올라, 현재 시세가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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