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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물려준 3억, 반 나눠!" 근데 형이 이미 1억 썼다면

    입력 : 2021.11.23 06:46


    [땅집고] “저는 형제 두 명 중 장남인데, 아버지로부터 생전에 3억원을 상속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병을 앓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 중 1억원은 이미 병원비로 써서, 실질적으로 상속받은 돈은 2억원인데요. 동생이 3억원을 기초재산으로 하는 유류분 소송을 청구했습니다. 이런 경우 기초재산은 2억원과 3억원 중 어느 금액으로 봐야 할까요?”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형제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돈을 한푼도 물려받지 못한 자식은 다른 형제들에게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류분이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상속금액을 말한다. 사망자가 각각 상황이 다른 자녀들의 생계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재산을 타인에게 전부 건네주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다.


    직계비속(자녀)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할당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형제가 두 명이라면, 아버지가 3억원을 큰아들에게만 준다는 유언을 남겼어도 작은 아들이 법적상속분(1억5000만원)의 절반인 7500만원은 유류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부모가 물려준 유류분 기초재산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적지 않다. 평소 지병을 앓던 부모에게 사용한 병원비 등을 기초재산에서 빼야하는지 여부를 두고 형제들 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유류분에 대한 갈등으로 입는 정신적 손해가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상속·증여 전문 변호사들은 “먼저 상속 재산이 ‘조건부증여’인지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조건부증여는 재산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증여를 한 경우를 말한다. 가장 명확하게 인정을 받는 방법은 ‘조건부증여’ 내용을 유언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 상속·증여를 준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내용을 남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유언에 조건부증여라는 내용이 없어도 재산을 물려 준 부모의 치료 등을 위한 병원 영수증만 있어도 조건부 증여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 돌아가신 부모를 모시고 병원을 오간 장남이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 나머지 형제들에게 유류분을 적게 떼주기 위해 병원비 사용을 주장하는 사례가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병원비가 조건부증여임이 입증된다면 유류분 기초재산은 2억원으로 본다. 반면 입증되지 않는다면 병원비는 일반적인 부양의무로 보고, 기초재산은 3억원이 된다.

    따라서 A씨 입장이라면 기초재산을 낮추기 위해 병원이나 간병비 영수증 등으로 조건부증여가 맞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반면 나머지 형제 B씨라면 아버지의 유언 중에서 병원비 등에 관련한 조건이 없었음을 입증해, 기초재산을 높여야 더 많은 유류분을 가져갈 수 있다.

    통상 유류분 소송 기간은 평균 10개월 이상 소요된다. 형제 간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돈을 주지 않는다 경우, 채권강제집행으로 유류분 재산 찾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정리=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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