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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앓는 남편 돈 관리하다 세금폭탄 맞은 아내

    입력 : 2021.11.18 11:12 | 수정 : 2021.11.18 12:43

    [증여의 시대]거동 불편한 남편 대신 돈 관리하다 세금 폭탄맞은 아내

    [땅집고] 부부간 자금을 계좌이체하면 증여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땅집고] A씨는 루게릭병으로 거의 병상에 누워지내는 남편을 오랫동안 간병했다. A씨 부부에게는 각자 명의로 된 주택이 한 채씩 있었다. 병원비 마련도 어려운데, 문재인 정부들어 세법이 강화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등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A씨 명의로 된 집에는 A씨 부부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 명의 주택을 처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큰 문제가 터졌다. 상속세 신고 과정에서 A씨의 예상보다 엄청난 액수가 적힌 세금고지서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 남편 주택 처분한 돈, 아내 계좌로 입금하면 ‘증여’

    사정은 이렇다. 우선 A씨는 남편 명의 주택을 처분하면서 받은 대금을 일단 남편 명의 예금 계좌에 입금했다. 이후 그 돈을 정기적금 계좌로 옮겨 관리하려고 했는데, 남편 몸이 불편해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본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서 관리하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그런데 남편 명의 주택 처분 대금을 A씨 적금계좌로 이체한 것이 큰 화근이 됐다.

    남편 사망 후 A씨는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런데 이 때 남편이 A씨 명의로 관리하기로 한 주택 처분 대금으로 만든 정기적금 계좌의 잔액을 상속세 신고에서 누락했다.

    세무서는 상속세 조사를 하던 중 남편 명의 주택을 처분한 대금이 A씨 계좌로 입금됐는데 이에 대한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 것이다. 다급해진 A씨는 세무당국에 “남편의 차명계좌여서 증여가 아니라 상속으로 봐야 하고, 증여세가 아닌 상속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세무서는 A씨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증여세를 과세했다.

    ■ 남편이 이체한 돈은 상속일까, 증여일까

    세법에서는 상속일로부터 10년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 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산출한다. 사전증여 재산을 합쳐 계산하면서 증여 당시 증여세 상당액을 차감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A씨는 증여든, 상속이든 내야 할 세금 액수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계산하면 추징 세금에서 큰 차이가 난다.

    원인은 가산세다. 증여의 경우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무신고 가산세와 무납부 가산세가 부과된다. 증여 시점이 오래된 경우 그만큼 가산세도 늘어난다. 남편 사망 직후 상속세로 과세하면 가산세가 부과되지 않아 납부 세금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A씨 남편이 재산을 처분해 A씨에게 5년전 위탁한 예금잔액이 15억원이고 상속당시까지 보유하고 있던 기타자산이 10억원인데 A씨에게 위탁한 예금잔액에 대해 증여세로 과세하는 경우 추징 세금은 다음과 같다.

    1. 차명계좌로 인정되지 않고 증여세를 추징할 경우 부담할 세금

    ①증 여세
    [(증여재산 15억원-배우자공제 6억원)×30%]-6000만원+(무신고가산세 20%+약 5년의 무납부가산세 50%)=3억5700만원(이 금액에는 1억4700만원의 가산세가 포함됐다.)

    ②상속세
    [(상속재산 10억원+사전증여재산 15억원-금융상속공제 2억원)-(기본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10억7000만원)×30%]-6000만원)-사전증여분 증여세(2억1000만원)= -5100만원

    원래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억5900만원이고, 상속 재산에 포함한 사전증여재산에 대해 산출된 증여세 2억1000만원은 공제돼 5100만원을 환급받아야 하는데 현행 법에서는 환급해 주지 않는다.

    즉, 상속세와 증여세로 총 3억57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차명계좌가 인정돼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고 상속세만 과세할 경우 부담액은 1억5900만원으로 1억9800만원 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2.차명계좌 인정시 증여세를 빼고 내야 할 상속세

    [(상속재산 10억원+사전증여재산 15억원-금융상속공제 2억원)-(기본공제 5억원+배우자공제 10억7000만원)×30%]-6000만원=1억5900만원

    ■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돈 이체는 조심해야

    [땅집고] 부부간 자금이 오갈 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입증할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A씨가 이렇게 많은 세금을 추징당하게 된 구체적인 사유를 살펴보자.

    첫째, A씨는 상속세를 신고할 때 차명계좌에 입금한 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는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셈이 된다.

    둘째, 차명계좌에 입금한 금액은 증여로 추정한다고 하는 세법 규정이 있다. 따라서 증여세를 물지 않으려면 납세자가 스스로 증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A씨는 남편이 아파서 거동이 불편했다는 점 외에 증여가 아닌 특별한 사정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셋째, A씨는 남편 소유라고 주장하는 A씨 명의 계좌에서 일부를 인출해 본인 명의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자금출처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증여세 신고도 하지 않았다가 증여세를 나중에 신고했다.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수탁자가 인출해 수탁자 명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그 차명계좌 주인은 수탁자라고 인정하는 셈이어서 증여에 해당한다.

    세법에서는 남편의 소득을 생활비 등에 사용하기 위해 부인 계좌로 이체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증여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예금계좌에서 일부를 인출해 아내 명의 재산을 취득하면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추징하게 된다.

    즉, A씨는 상속세 신고 시 상속 재산으로 신고를 누락한 점, 본인 계좌를 남편자금 관리만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닌 일부를 인출해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취득하는데 사용한 점, A씨 계좌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 못한 점 때문에 1억9800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 셈이다. /글=유찬영 세무사,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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