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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려? 그럼 더 비싸게!" 보류지 유찰에도 조합은 배짱

    입력 : 2021.11.17 04:02

    [땅집고] 지난 10월19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삼호가든 3차 재건축) 보류지 입찰은 의외로 썰렁했다. 강남 알짜 아파트 5개 매물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모두 유찰되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졌다. 두 달여가 흐른 지난 9일 조합 측은 5개 보류지를 다시 입찰에 붙였다. 하지만 전용면적 84㎡ 단 1건만 주인을 찾았다.

    알고보니 이유는 가격이었다. 조합 측은 최저 입찰가를 낮추지 않고 재매각을 강행한 것. 조합이 내건 최저 입찰가는 ▲전용 59㎡ 27억원 ▲전용 84㎡ 33억원. 최근 이 아파트 시세와 차이가 없었다. 보류지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아파트를 말한다. 조합이 주택별 최저입찰가를 책정하면, 최고가를 제시한 응찰자가 집주인이 되는 경매 방식으로 매각한다.

    최근 보류지 매각을 진행 중인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이른바 배짱 매각을 고수하고 있다. 수요자가 없어 유찰 사태가 잇따르고 있지만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조합 측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 굳이 보류지를 싸게 팔아 아파트 몸값을 낮출 이유가 없다며 버티는 것.

    하지만 매수자들이 덜컥 매입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가운데 시세와 똑 같은 가격에 사려는 투자자도 없어 당분간 보류지 매각을 둘러싼 조합과 투자자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반포 라클래스는 지난 9일 보류지 매각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1가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가구가 모두 유찰됐다. /네이버지도

    실제로 최근 보류지 매각 유찰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는 벌써 보류지 3채에 대해 네번째 입찰을 진행 중이다. 처음 나온 5가구 중 단 2가구만 낙찰됐다. 지난 10일 입찰 마감한 서울 은평구 ‘DMC롯데캐슬 더 퍼스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은평구 ‘녹번역 이편한세상 캐슬’ 등도 모두 일부 또는 전체의 보류지 매각에 실패했다.

    그러나 잇따른 유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최저 입찰가를 올리거나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한 단지도 있다.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는 지난 3월 12억원에 나왔던 전용 59㎡ 매물을 13억원으로, 19억 5000만원이었던 전용 122㎡는 21억원으로 각각 가격을 올렸다. 이달 29일 입찰을 마감하는 경기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총 4가구 중 전용 59㎡(3가구)의 최저입찰가를 18억~18억 5000만원, 전용 84㎡(1가구)를 22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최근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1억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총 6700여 가구로 서울 강남권 초대형 아파트로 꼽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합도 보류지 10가구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각한다. 총 10가구 모두 59㎡A 형이다. 거실, 침실 3개, 화장실 2개를 포함하는 3베이 판상형이다. 이 아파트가 최고 35층인 점을 감안하면 보류지 주택(10~17층)은 중층 정도에 해당하며, 최저입찰가는 10가구 모두 22억원이다. 같은 주택형 최고 실거래가(올해 7월 20억7220만원)보다 높다. 지난해 7월 일반분양가가 12억~13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비싸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가격이 20억9800만~22억1400만원으로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조합들은 “급하게 팔 필요없다”며 느긋한 태도다. 보류지 비중이 크지 않아 사업성에 큰 부담이 없어 구태여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반분양 성공으로 사업비 부담이 없어진 조합들은 크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류지 매각을 맡은 조합 집행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는 청산 전까지 조합에서 운영비와 월급이 나오는데다 조합원들도 싼 가격에 집을 파는 걸 원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보류지 매각 때문에 이미 사업이 끝난 조합을 청산하지 않고 계속 끌고 가면 결국 조합원에겐 손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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