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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신도시 재건축 포문 연 분당시범단지…앞길은 까마득

    입력 : 2021.11.12 11:15 | 수정 : 2021.11.12 14:21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시범단지 4곳은 최근 통합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1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전철 수인분당선 서현역 남동쪽으로 아파트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입주한 분당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다. 분당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첫 아파트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첫발을 내디뎠다. 단지 곳곳에는 재건축 추진준비위 설립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분당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는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1992년 입주 후 30년 만이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서울 둔촌주공에 맞먹는 1만 가구 이상 대단지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1기 신도시는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입주민들은 통합 재건축의 이점을 살리면 충분히 사업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1기 신도시 첫 재건축 추진…용적률 높아 한계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아파트 위치도. /김리영 기자

    분당 시범단지는 앞으로 1기 신도시 전체 재건축 사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용적률이나 층수 등이 1기 신도시 평균에 가까워 표본이 되기 때문이다. 단지 규모도 크다. ▲삼성한신 1781가구 ▲우성 1874가구 ▲한양 2419가구 ▲현대 1695가구 등 총 7769가구다. 재건축하면 약 1만가구의 초대형 단지가 된다.

    [관련기사] '분당 1호 재건축' 닻 올렸다…준공 30년 시범단지, 추진위 출범

    분당 시범단지는 입지도 뛰어나다. 통상 신도시를 조성할 때 처음 짓는 아파트를 ‘시범 단지’로 하고, 입지도 가장 좋은 곳에 짓는다. 분당 시범단지도 마찬가지다. 4개 단지 중앙으로 공원과 상가가 갖춰져 있고, 서현역 북쪽으로 분당구청 등 행정기관과 상업지구가 있다. 삼성한신아파트와 한양아파트는 서현역까지 거리가 100여m에 불과하고, 우성아파트와 현대아파트도 도보 10분 안에 서현역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시범단지의 현재 용적률이 190%가 넘어 재건축 실현에는 의문이 따른다. 시범단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이지만, 성남시 조례에서는 단지마다 용적률10~15%포인트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280%를 한도로 한다. 250%가 한도인 서울보다는 조금 유리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성남시보다 분양가가 훨씬 높은 서울에서도 용적률 180%가 넘어가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조건이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분당에만 용적률 추가 인센티브를 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땅집고]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개요. / 김리영 기자

    현 정부 들어 안전진단 통과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6·17 대책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강화된 후 적정성검토까지 통과한 단지는 도봉구 삼환도봉(660가구) 1곳뿐이다. 1970~1980년대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도 줄줄이 적정성검토에서 좌절했다. 시범단지는 1991년 준공해 이 단지들보다 10년 이상 늦게 지어져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은 더 낮다. 전 정부 고위 관료 A씨는 “국토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시나리오를 검토해 본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지금 당장은 집값도 불안하고, 이주대책 등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 “시간은 많다…상황봐가며 사업 추진할 것”

    추진준비위원회와 입주민들도 이 같은 우려를 알고 있다.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당장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지만 넋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재건축 완화나 인센티브 관련 공약이 나올수도 있다”며 “조합설립까지 시간이 넉넉한 만큼 정세를 살피면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시범단지 주민 김모씨는 “성남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며 “시범단지부터 재건축이 막히면 신도시 주민 모두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수미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자체를 일종의 ‘투기행위’로 보고 사업추진이 힘들도록 지속적으로 규제를 만들어낸 전력이 있다. 실제로 성남시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준공시기와 건물 노후도, 용적률이 대동소이한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이주 수요가 겹치면서 전세금이 급등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성남시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는 너무 섣부르게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범단지 주민 B씨는 “정비구역 지정도 안 된 곳에 추진위원회도 아닌 준비위원회를 만들어봤자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대지지분 6평 남짓한 소형 주택 소유주와 지분 47평이 넘는 대형 주택 소유주 이해 관계가 달라 차라리 기부채납과 임대주택이 없는 리모델링을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재건축 기대감이 퍼지면서 분당 시범단지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범삼성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9월 28일 11억9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3억원에 육박한다. 서현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데다, 거리가 멀지 않은 판교 집값이 뛰면서 서현동 일대 시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단지 규모가 커 매물이 많고, 수요도 적지 않아 거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건축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준비위원회 출범만 보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당=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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